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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합법이 곧 정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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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보면 “비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고 하는 구절이 있다. 나 역시 같은 잘못을 범할 수 있기 때문에 남에 대한 비판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는 익숙하나, 자신의 잘못을 보거나 깨닫는 데는 매우 인색하다. 타인에게는 끝없이 엄격하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것, 요즘 말로 ‘내로남불’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경계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것은 성인 반열에 올라야 비로소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율곡 이이 선생은 평생을 잠 잘 때 외에는 눕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다. 중력은 서 있는 것보다는 앉아 있는 것을, 앉아 있는 것 보다는 누워 있는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로켓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하여 소모해야 하는 막대한 양의 연료만큼이나 우리의 행동도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기 위하여는 엄청난 의지와 인내가 필요하다. 인간 본성 또한 중력의 법칙과 같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돈, 명예, 권력.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 멈출 줄 모르는 인간 욕망의 대상, 인간 본성이 놓을 수 없는 것. 그러기에 돈과 명예, 권력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는 것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만큼 힘이 드는 것이다. 끌어당기는 중력의 힘으로 인해 일정한 거리를 두지 않으면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 역시 인간 본성의 욕심에서 일정한 거리를 지키지 않을 경우 파멸의 블랙홀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돈과 명예, 권력에 대한 욕심이 인간 내면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자신에게 더욱 관대한 태도를 취하게 만드는 것은 파멸의 블랙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에 따른 것인지도 모른다. 

 

개각과 관련하여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그 중 한 후보자에게 각종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언론은 연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본인은 구체적 소명 없이 “모든 절차는 적법하다, 실체적 진실과 다르다”면서 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청문회는 하루, 그것도 10시간 남짓의 시간에 불과하다. 여기에 그 간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여야 태도를 보면 이번 청문회가 어디로 갈지는 뻔해 보인다. 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는 것은 해명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IMF 사태 당시 공무원들의 급여가 제일 먼저 삭감되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먼저 어려움을 감당하고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다. 나라가 파탄나 국민이 허리띠를 조을 때 경매를 통해 물건을 싸게 취득하는 것, 위험이 따르는 사모펀드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 그 모두 공직자로서 취할 행동이 아니다. 타인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사모펀드 투자에 따른 손실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공직을 제대로, 또 공직에 전념하여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형법학자이기에 ‘nulla poena sine lege’를 앞세우는 것일까? 사모펀드에 ‘74억 5500만원’ 약정을 할 때 ‘pacta sunt servanda’는 생각했을까? 합법이 곧 정의(正義)는 아니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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