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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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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참 유행한 단어 중의 하나가 ‘트럭 기소’였다. 기소하는 사건의 수사기록이 트럭으로 보내야할 만큼 많다는 것인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형사사건은 8개월 동안 수사를 벌여 총 17만 5000쪽의 기록이 제조되었고 그 기록을 쌓으면 17.5m, 무게는 875kg이라고 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의 수사기록도 20만쪽에 무게는 1톤에 이른다고 한다.

 

법률가라면 다들 잘 아는 것처럼, 2010년 민사소송에서 전자소송 제도가 도입된 이래 그 확대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도 형사사건에서는 유체물의 형태가 아닌 디지털 방식의 증거조사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법원도 전자사본 서비스를 시범 실시하는 등 편리한 기록 검토와 증거조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한 듯하다.

 

한편, 공소제기와 관련하여 법원은 형사소송법의 내용을 서면주의와 엄격한 요식행위 제도를 채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공소장은 ‘서면’이어야 하고, 따라서 문서가 저장된 저장매체 자체를 공소장에 첨부한 경우에는 서면인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에 한해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에 따라 대법원 20215도3682 판결에서는 저작권 침해 및 방조 혐의의 대상이 되는 별지 동영상이 3만 2085건, 기타 저작물이 약 58만건에 이르러 이를 서면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채 CD에 담아 제출한 경우에 법이 정한 기소방식에 위배된다고 보아 "방어권 보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CD로 공소내용을 제출하는 것도 허용된다"라고 한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나아가 대법원 2016도11138 판결에서도 "공소사실의 일부인 범죄일람표를 엑셀 파일로 만들어 CD로 제출한 경우에 적법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형사소송의 전자화를 구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으나 어떠한 식이든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도 매우 도움이 될 것임은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재판받을 권리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조속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강태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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