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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 법조계 교류는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해마다 개최하는 일본 오사카 변호사회와의 교류행사 규모를 올해는 대폭 축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변회는 이달 초 상임이사회를 열고 오는 10월 6~11일 일본에서 열리는 오사카 변호사회 및 제2도쿄 변호사회와의 교류회의에 참가하는 방문단의 인원을 감축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당초 예정된 30명 대신 5명가량의 인원만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류회의는 서울변회와 오사카변회가 1993년 10월 교류협약을 체결한 이래 20년 이상 매년 서울과 오사카를 번갈아 가면서 양국의 법률제도와 현안을 논의하여 온 대표적인 법조계 교류 행사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의 영향이 법조계에도 미치는 양상이다. 살피건대, 일본 아베 정권의 일방적이고도 자의적인 경제보복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점에 비추어 더욱 그렇다.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서 보듯이 반일 혹은 극일의 의사표현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러한 상황에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극우로 치닫는 와중에서도 일본의 법조계에는 평화 헌법의 개정을 반대하고, 일본 정부에 대하여 한반도 식민 지배와 인권 침해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는 양심 세력이 존재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일본 변호사들과 한국 변호사들이 힘을 합쳐 강제징용 판결, 위안부 사건 등이 재조명되고 실제로 한일 양국에서의 법적 절차가 진행되어 온 성과가 있다. 지난 11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에서 소송을 진행하여 온 한일 양국 변호사와 시민 활동가들이 도쿄에서 '강제 징용과 근로정신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피해자와 일본 기업 사이의 협의의 장을 만들어 한일 정부가 이를 존중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란 취지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일 법조계 사이에 이러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진 토대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 그리고 정의를 추구하는 전세계 법률가들의 공통된 이념과 신념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이 필요 없다. 한일 갈등이 첨예화되는 시국일수록 한일 양국의 법률가의 교류와 협력이 강화되어야 할 이유와 필요가 여기에 있다. 당장 다음 달 22일 세계최대법률가 회의인 ‘IBA 2019 서울연차총회’가 개최된다.

 

법조인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 연설도 예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되는 국제적 행사에 전세계 법률가들의 참여가 간절하다. 여기에 일본변호사들이 자리를 비운다면 반쪽 자리가 될 것이고, 식민 지배를 극복하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의 대통령이 내놓을 메시지도 반감될 것이 아닌가. 서울변회의 교류회의 축소 결정은 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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