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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나는 누구에게 봉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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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기일이 계속되었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새로운 주장을 추가해야 했다. 괜찮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던 그날, 기록을 싸들고 집에 왔다. 노트북을 켜 놓은 채 고민을 하다 잠시 누웠는데 문득 적용 법령의 문언이 떠올라 새벽에 다시 깼다. 그리고 입법 경위에 관한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다.

 

대학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같은 조 선배가 고시 공부를 시작하기 전 저학년 때 인문학 서적을 읽을 것을 권했다. 나중에 법조인이 되어 법을 해석할 때 그때까지 쌓은 법학 외의 지식과 그에 따른 고민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 2학년 교양 수업 시간에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케이스 젠킨스 저)’라는 책을 접했다. 그 책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모든 역사는 특정한 이익을 위하여 과거를 해석한 결과물이라는 취지였던 것 같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과거를 기술하는 경우조차도 결국은 어떤 이익을 위한 해석이라는 내용도 있었던 것 같다. 법 공부를 등한시할 때였지만 그래도 명색이 법학도였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때 그리고 그 후에도 종종 그 책 내용을 법 해석에 연결시켜 생각하곤 했다.

 

다행인지 변호사가 된 후에는 법 해석의 기준을 찾는 것이 편해졌다. 나는 의뢰인의 이익에 맞추어 결론을 내리고, 그에 부합하는 조문과 판례, 입법 취지와 같은 근거를 수집한다. 그날 새벽에 그랬던 것처럼.

 

그렇다면 요사이와 같이, 나와 직접적이거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을 것만 같은 영역에서 법 해석이 문제될 때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그럴 때에도 내 뇌가 직관적으로 잠정적 결론을 먼저 내린 후 근거를 찾는 사고를 시작한다는 것을 나는 눈치 챈다. 그 직관적 판단에는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안다. 

 

그리고 그 결론은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는 점도 인식한다. 내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믿는 때에도 나의 해석 결과물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안다. 최소한 나는 그러한 결과를 방조하는 것이다. 나의 법 해석은 누군가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에게 봉사하고 있는가.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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