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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의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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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법대로 하라’는 말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법과 소송을 다루는 변호사는 늘 분쟁 속에서 살아가는 직업이다. 변호사에게 찾아오는 의뢰인들은 대부분 어떤 갈등상황에 놓여있거나 중요한 거래를 앞두고 있어서 긴장도가 높고 예민해져 있다. 그러한 분쟁이 의뢰인의 일상이나 업무의 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의뢰인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거의 전부를 송두리째 뒤흔들만큼 중대한 문제일 때도 있다.

 

법률문제에 대한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의 주제가 되는 문제 외에도 그 배경이 되는 사실에 대하여 듣게 된다. 그러한 분쟁에 이르기까지, 의뢰인과 상대방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과정에서 서로 신뢰를 쌓게 되었는지, 그러다가 무슨 일로 삐그덕거리고 대화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이 심화되었는지를 듣는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가족간의 분쟁이든 사업상의 분쟁이든 모두 사연이 있다.

 

의뢰인의 그동안의 노력과 헌신, 현재 처한 어려움 등을 파악하는 도중 특히 마음이 더 쓰이는 사건이나 의뢰인이 생기기 마련이다. 의뢰인을 조력하는 변호사로서 기본적으로 의뢰인이 진술하는 사실관계와 제공하는 자료를 신뢰하고 사건을 진행하지만, 가끔은 의뢰인이 말해주지 않았던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내용이 발견되어 지금까지 구상해놓은 구도가 어그러지고 주장에 약점이 생기기도 한다. 초년차 시절에는 배신감 비슷한 감정이 들 때도 있었으나, 누구든지 그때 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고 변호사에게 모든 불리한 점을 샅샅이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이해하게 된다.

 

항상 분쟁 속에 있고 싸움에 휘말려 ‘더 강하게 주장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으면 내가 왜 이 직업을 택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의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람 사는 광경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변호사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여러 사람들을 만나 갈등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까. 중대한 고비에서 변호사라는 전문가를 믿고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하여, 오늘도 일을 한다.

 

 

김미연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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