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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범죄피해자 및 군사망유족 국선변호사 지원 제도' 안착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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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국방의 의무로서 10여년의 군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변호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하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여야 합니다. 물론 선택적으로 여성도 군대를 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로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아들(혹은 딸)이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방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군대의 구성원인 장교, 부사관, 병사들이 국가를 위해서 복무하다 범죄 피해자가 되고 심지어 사망이라는 결과에 이른다면 본인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그 가족들의 심정은 비탄과 의문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국방 의무를 이행하게 한 국가는 피해를 당하고 사망에 이른 군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 당연히 무엇인가를 하여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며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할 것입니다. 국가의 책무는 금전적인 보상과 국가유공자 등의 예우도 있지만, 그동안 폐쇄적인 군대의 특성상 있을 수밖에 없었던 악습과 정보의 비공개성, 불투명성 등을 감안하였을 때 피해자 및 유족들에 대하여 그 피해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공개와 각 확인절차에의 참여 및 결과에의 수긍이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 대하여 대한민국 국방부도 전향적인 생각을 하였는지, 올해부터 군범죄 피해자 및 군복무 중 사망한 장병의 유족에 대하여 국선변호사를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군 장병들이 군에서 발생한 일정한 범죄의 피해자가 된 경우 그 당사자에게 국선변호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군복무 중 사망한 장병들의 유족에 대하여 법률상담 및 자문 등의 법률적 조력을 제공할 수 있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선변호사들은 재판과정 및 수사과정, 사건 발생 후 수사개시 이전의 기간 등 거의 전 기간에 걸쳐 법률상담 및 자문 등의 법률적 조력을 제공합니다. 나아가, 이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와 투명한 절차진행 보장을 위하여 국선변호사는 현역인 군법무관을 제외하고 민간변호사로만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국선변호사에 대한 보수는 국고에서 지급되게 되는데, 이 보수 산정 시에 유족들의 만족도 등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의 평가를 반영하기로 하였습니다. 번화한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격오지에서 발생한 사건들의 경우 변호사의 접근성이 떨어져 자칫 피해자 등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기에, 유족들에 대한 더 적극적이고 좋은 법률적 지원을 위하여 격오지 사건에 관해 국선변호사 업무를 수행한 변호사들에 대하여는 보수 산정 시 이 점을 긍정요소로 필수적으로 고려하기로 하였습니다.

 

기존 국선변호인 제도는 형사피고인, 즉,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 국선변호인을 지원하는 제도로서 널리 시행되고 있습니다(헌법 제12조 4항, 군사법원법 제62조 참고). 반면,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에 대해서 국선변호사를 지원하는 제도는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6항 등 참고).

 

특히 유족 등에 대하여 국선변호사를 지원하는 제도는 이번에 국방부가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제도라도 최초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인데, 이 점을 알고 있을 국방부가 군인 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대상으로 하는 법제도를 최초로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이 문제에 관한 국방부의 강력한 의지가 읽혀져 일단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물론 국선변호사를 지원받는다고 하여 군복무 중에 범죄의 피해자가 된 당사자나 군복무 중 사망한 장병의 유족들의 고통이 모두 치유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군대의 폐쇄적인 특성상 사고를 당한 당사자나 그 유족들은 당장 피해나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와 당장 피해자나 유족으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그 상황에서 국선변호사의 적절한 법률적 조언을 받아 절차의 적절한 참여와 차후 조치의 결정에 참고할 수 있게 된다면 유족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군에서의 범죄나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여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단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 이후라면 피해자와 유족의 의심과 고통을 줄여주고 더 좋은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법률 지원을 하는 것은 국방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라고 봅니다.

 

국방부는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는 주된 취지로 군 복무를 하다가 사고를 당한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보장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많은 사람들이 군대를 거쳐 가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렇게 군대를 거쳐 간 사람들을 가족이나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국방부가 그 소속의 구성원 및 이들의 가족들에 대하여 신뢰를 줄 수 있는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취해나간다면, 결국에는 국방부가 온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방부가 이번 제도의 원활하고 지속적인 시행을 위하여 군사법원법 및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며, 미래에는 이러한 전향적인 제도들이 국민들이 군대를 보내는 것이 근심이 아니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단초로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이본석 변호사 (광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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