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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과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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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외전’이나 ‘더킹’ 등 검사에 대한 유혹이나 함정을 다룬 영화가 많이 있다. 현실은 영화처럼 극적이지는 않겠지만, 한 번씩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그날 오전도 기록을 쌓아두고 분주히 하루의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세련된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근사한 모자를 쓴 중년 여성이 검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검사님이 수고를 많이 하셔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왔어요. 음료수와 작은 그림을 선물로 드리려고요”라고 했다. 그 때는 검찰청에 전자출입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이어서 누구든지 드나들 수 있었다. 그리고 방문자가 음료수 박스를 가지고 오기도 하던 때였다. 당시 우리 검사실은 ‘음료수 안 받기 운동’을 하고 있었기에, 이를 설명하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때부터 옥신각신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는 이미 들고 왔으니 선물을 꼭 주고 가겠다고 하고, 나는 받을 수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그가 이번에는 내 옆 자리에 있는 신임검사에게 주겠다고 하였고, 나는 그것도 안 된다고 하면서 다시 실랑이를 하다, 결국 그는 선물을 들고 검사실을 나갔다.

 

그가 간 직후, 나는 그가 어떤 사건과 관련된 분이고, 얼마나 고마웠으면 그렇게까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헉!’. 그는 나에게 원한이 있어 찾아왔던 것이 아닌가. 몇 달 전 수사지휘한 사건의 고소인이 그였다. 경찰에서 수사 중인 그 고소사건을 살펴보던 중 그 고소인도 다른 범죄혐의가 발견되고 형평성을 고려해 그 고소인을 형사입건하도록 지휘하였고, 그 후 검찰로 사건을 건네받아 형사입건된 그 고소인을 기소하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억울해서 고소를 했는데, 검사는 오히려 자신이 죄가 있다며 기소까지 했으니 그 분노와 원망이 대단하였으리라. 만약 내가 그 선물을 받았다면 그는 뇌물검사라며 바로 감찰담당 상급기관이나 언론에 고발을 하지 않았을까?

 

그동안 내가 알거나 알지 못하는 위험과 함정이 많았을 것이다. 선물을 가지고 온 그 덕분에 기로의 순간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보다 신중하게 처신하였으리라. 여기까지 나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 분에게 감사를 표한다.

 

 

최두천 과장 (법무부 인권조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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