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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다른 곳에서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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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들과 축구를 하다 과도한 몸놀림 끝에 그만 정형외과 신세를 지게 되었다. 혈기 왕성하던 젊은 판사가 이젠 어느새 중년을 향해 달려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탓이다. 그래서 결국 잠시나마 휠체어도 이용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한참 달랐다. 무엇보다 휠체어에 의지해 나선 도로는 너무도 무서웠고, 목발을 짚고 나선 길은 정말로 멀게 느껴졌다. 

 

최근에는 재판부간 자유로운 조언을 위해 법정방청을 할 기회가 생겨 법대가 아닌 방청석에서 법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매번 찾는 법대이고 또 법정방청이 처음은 아니건만, 역시나 법대 아래에서 바라보는 재판부의 모습은 그 자체로 멀고 어렵게 느껴졌다. 이렇게 다른 곳에서 일상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보이고, 배려해야 할 대상과 가치가 새삼 느껴진다. 

 

밀레니엄 시대가 열린 지도 어언 20년이 되어가는 요즈음 ‘사법’에 대한 시각도 그러한 시각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지 않나 싶다. 사법의 운영자가 아닌 수요자의 시각에서 모든 사법제도를 바라보고 개선해 나가라는 요청 말이다. 

 

지난 3월에 개원한 수원법원 종합청사에는 '사법접근센터'가 새로 마련되었다. 사법이 단순히 판결의 생산기관이 아니라, 시민들이 겪는 여러 복잡한 분쟁과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는 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국제적 어젠다인 ‘사법접근성(Access to Justice) 향상’에 발맞춘 시도이다. 법률분쟁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나아가 가정폭력, 파산, 소년범 양산 등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법률상담에 이어 심리상담까지 바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한 제도설계는 분명 ‘국민이 필요로 하는 사법’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더 많아지고 우리 사회에서 정착되어 갔으면 좋겠다.

 

 내 몸이 바뀌었다면 나의 행동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다른 곳에서 바라본 나의 경험도 법정에서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여야겠다는 다짐도 하여 본다.

 

 

김영기 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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