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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도리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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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망을 쌓고 행실을 깨끗하게 한 백이와 숙제는 굶어 죽었고, 공자가 유일하게 학문을 좋아한다고 칭찬하였던 제자 안연은 늘 가난하다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 반면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 간을 날로 먹었던 도적 도척은 천수를 누렸다. 이를 두고 사마천은 사기 백이열전에서 말하였다. 만약 이런 것이 하늘의 도리라고 한다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가끔은 피고인이 피해자처럼 느껴지고 피해자가 피고인처럼 느껴지는 사건이 있다. 공갈죄로 기소되었던 그 잘생긴 피고인이 그랬다.

 

그가 기소된 사연은 참으로 기막혔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어떤 동생(남성)과 친해졌고 그 동생에게 원격제어를 통해 컴퓨터 수리를 맡겼는데, 그만 그 동생이 피고인의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던 중요한 파일을 복사해 간 것이다.

 

그 파일이 무엇이었을까? 피고인이 옛날 여자친구와 찍은 성행위 동영상이었다. 피고인은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고 그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눈이 뒤집힌 피고인. 유출경로는 오직 한 명, 우리가 방금 위에서 읽은 그놈임이 분명해 보였다. 원래부터 소위 직캠에 성적 집착을 가지고 있었던 그놈. 피고인은 그를 유인해 칼로 협박했다. 그리고 응분의 배상금을 받으려다 검거되었다.

 

법정에서 피고인이 이러한 사연을 구구절절이 읍소했다. 아직도 인터넷에는 그 동영상이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자기는 원래 피해자인데 피고인으로 전락했다고. 억울하다고. 그 눈물의 호소에 어떤 판사가 숙연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불쌍한 피고인을 어찌할까 생각하며 재판을 마치고 사무실로 올라가는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피고인에게는 이미 공갈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동종 전과가 있었다.

 

사무실에서 전과 내용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업사원이었던 피고인은 고객으로 알게 된 여자와 성관계를 하며 동영상을 찍은 후 이를 빌미로 협박을 하여 공갈죄로 처벌되었던 것이다.

 

가슴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인과응보가 이런 것인가.

 

궁형을 받고 사기를 집필하며 하늘의 도리가 옳은지 그른지 처절하게 물었던 사마천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믿는다. 하늘의 도리는 옳다고.

 

 

정성민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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