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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호사 비밀유지권'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소송당사자가 되거나 수사의 대상이 된 사람, 특히 강제수사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 변호사의 조력은 절박한 문제이다. 그런데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둘러싼 모든 사실에 관하여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변호사의 조력은 불가능하다. 변호사의 비밀유지는 변호사가 업무상 획득한 정보를 스스로 누설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의 차원에서 논의될 뿐만 아니라,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수사기관의 조사권에 대응해서도 유출을 거부할 권리의 차원에서도 논의된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변호사의 비밀유지가 피상적으로만 설명되었을 뿐, 실제 사건들에 접하여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진 바 없다. 즉 과거에는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을 포함한 수사기관이 스스로 자제하여 왔기 때문에, 그것이 심각한 이슈로 대두된 바가 없다. 그러나 최근 1~2년간 수사기관에 의한 변호사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급증하였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건수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변호사 사무실의 컴퓨터와 개인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여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이메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등을 증거로 수집하며, 기업의 사내변호사와 로펌 간의 논의 내용을 압수하기도 한다. 

 

이런 압수수색이 잦아지면서, 변호사 사무실의 압수수색이 마치 일반 기업 사무실의 압수수색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는 경향마저 보인다. 이렇듯이 "쉬운 압수수색을 전제로 하여, 임의제출하지 않으면 압수수색하겠다"라고 압박을 가하는 수사담당자도 종종 있다고 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4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검찰이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침해한 권력기관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었지만, 검찰 외에도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도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소통 내역을 강제로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사는 민주적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제도의 하나로서,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보호해 주지 못하면사법절차상의 변호사 조력권은 유명무실해지며, 결국 그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인권보호에는 큰 구멍이 뚫리게 된다. 현행 소송법 및 변호사법 규정만으로는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의 기준을 알기 어렵다. 2017년과 2018년에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각각 발의되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변협이 지난달 변호사 비밀유지권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열었지만, 그다지 큰 사회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법에 ‘비밀유지권’이 명문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는 수사기관에 대해 현장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어떤 경우에 그리고 어느 정도의 범죄소명이 있는 경우에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가 정당화되는가를 논의하여 변호사-의뢰인 간 의사교환자료에 대한 압수요건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구체적으로 여러 상황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사회적인 토론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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