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여성을 위한 법'

여성의 시각에서 실질적 양성평등을 위한 법 제도 제안

154877.jpg

“다음에는 ‘남성을 위한 법’도 쓰실 거죠?”


‘여성을 위한 법’ 출간 소식을 듣고 연락을 준 지인이 농담을 건넸다. “그래야 할까요?”하고 웃어넘겼지만, 책 소개에 앞서 이 책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님은 분명히 해두어야 하겠다.

어떠한 사회가 서로 다른 사람들로 구성된다는 것은 축복할 일이지, 차별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근대 법학이 합리적이고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을 상정하면서 여성을 배제한 결과, 여성들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내용의 법들이 등장하였고, 이는 동시에 여성과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남성들에게도 (그들 자신은 인식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또 다른 억압과 차별의 근거가 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존의 법학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실질적인 양성 평등을 위한 법 제도를 제안하는 일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쓴 책'이 아니라 '내가 수정·보완한 책'이라고 소개해야 맞다. ‘여성을 위한 법’은 오랜 기간 법여성학자로서 학문적, 사회적 노력을 다하여 오신 이은영 교수님의 그간의 연구성과물로, 내가 한 일은 법과 판례가 바뀐 부분을 수정하고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화한 측면을 보완한 정도이다. 그럼에도 이 교수님이 내게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도록 하신 것은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라”는 큰 뜻이 있으셨던 것 같다.

이 책을 쓰던 시기, 우리 사회에서는 젠더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대두되었다. 미국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일어났던 ‘미투(#metoo)’ 운동은 문화예술계는 물론, 검찰, 정치권 등 권력층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고, 젠더 갈등은 크고 작은 사건들에 편승하여 무차별적인 혐오로 치닫는 형국이 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여성의 성을 대상화하는 유흥 문화가 성폭력, 성매매, 마약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쯤에서 우리 법과 제도가 현실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아무쪼록 이 책이 법과 제도가 젠더 이슈와 관련하여 어떻게 기능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배경 지식을 제공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느리고 온건하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법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생각보다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여성이 자신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임신·출산·육아에 관하여 전인적(全人的) 결정권을 가진다고 천명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논의가 낙태죄의 개정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은 물론, 남성과 성적소수자들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재생산권 보장의 문제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부족한 책 소개를 마치고자 한다.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