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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계기로 법조문화 개선해야

지난 달 16일자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제76조의2가 시행됐다.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를 두고 입법 과정에서 장시간 논란이 됐었는데, 결과적으로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짓고 그와 같은 행위를 금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작년에 모 웹하드 회사에서 일어난 폭력행위가 문제된 적이 있고, 항공사 오너 일가의 갑질 행위로 온 나라가 떠들썩 했었는데, 이 같은 사건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되는 데에도 한몫을 한 것이 분명하다.

 

이번 근로기준법에 직접적인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몇 년 전 미투 운동이 성희롱에 대한 전 국민의 관념을 바꿔놓았듯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이 그동안 잘못됐던 직장 문화를 바로잡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온라인상으로는 ‘블라인드 앱’이나 ‘직장갑질 119’와 같은 채널을 통해 직장 내 갑질 행위들에 대한 신고와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고, 이를 통해 공유된 직장 상사들의 기이한 갑질 행위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이제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들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유야무야 되지 않고 노동청이나 수사기관의 조사대상이 되는 일이 흔해질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평소 ‘갑’들이 자연스럽게 행하던 행위가 ‘갑질’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무시하지 못할 파급력이 있다. 지금은 너무 유명한 단어가 됐지만 법조계에는 ‘벙커’라는 은어가 있다. 피하고는 싶지만 피할 수는 없는 직장 상사가 바로 ‘벙커’이고, 정작 당사자인 직장 상사는 자신이 벙커인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위계질서가 강하고 서열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법조계는 직장 내 갑질 행위가 만연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금지 영역이 변호사 업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올해 2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법관과 검사들도 이미 국가공무원법,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공무원행동강령 등에 따라 갑질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가 부과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누구나 자신이 부지불식간에 하는 행동, 뱉는 말이 다른 직장동료나 상·하급자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지금이 법조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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