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월요법창

강사법 대란과 사전적(ex ante) 관점

154807.jpg

법적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사후적(ex post) 관점과 사전적(ex ante) 관점으로 나뉜다. 사후적 관점이란 이미 일어난 사건을 되돌아보면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 고민하는 태도를 말한다. 누가 잘못했는지 밝히고, 손해는 얼마인지 밝혀서, 그만큼의 교정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에 집중한다.

 

반면 사전적 관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이 장래에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중시한다. 이 결정으로 사람들의 태도와 인센티브가 바뀔 수 있음을 인식하고, 그로 인해 초래될 결과를 고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고인의 살인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는데, 그가 심리상담사와 나눈 대화록을 보면 진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자. 사후적 관점에서는 그 사건의 정의로운 처리가 중요하므로 대화록을 압수해서라도 유무죄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사전적 관점에서는 대화록을 범죄의 증거로 인정할 경우 앞으로 잠재적 범죄자들이 심리상담을 기피하여 오히려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민할 것이다.

 

위험물질로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손해배상 사건의 경우에, 사후적 관점에서는 각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만큼의 배상을 명하는 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사전적 관점에서는 실손해 배상이 과연 가해자나 유사 사업자들에게 충분한 억지효과를 갖는지를 중시할 것이다. 

 

진지한 법률가라면 두 관점을 모두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사안에서 타당한 결과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그것이 사람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게 고려함으로써 어리석은 결론을 피해야 한다. 특히 입법 시에는 사전적 관점이 오히려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학교육은 지나치게 사후적 관점 일변도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최종판단자의 시각에서 뒷짐 지고 판단하는 것이 법학의 전부인 양 가르치고 배운다.

 

요즘 대학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강제하는, 전형적인 사후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나 그 결과 재정 부담을 우려한 대학들은 강사 채용을 줄였고, 결국 강사들에게 더 큰 좌절을 안기고 있다. 법적 결정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중시하는 사전적 관점에서는 당연한 결과이다. 강사법 대란을 지켜보며 법률가들이라도 사전적 관점에 대한 감수성을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