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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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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금지에 로펌이 예외일 수 없다. 16일 일명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인 개정 근로기준법이 본격 시행됐다. 이 법 제93조는 1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사항을 취업규칙에 반영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들은 로펌에 관련 사항을 자문하며 분주히 법 시행을 대비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로펌의 경우는 어떨까. 취업규칙을 개정해 노동청 신고까지 마친 로펌은 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로펌들은 아직 취업규칙 정비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였다. 법에 기대어 직업을 영위하는 변호사들이라면 법률의 취지를 생각해 개정안의 내용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 일반 기업에 법률자문을 하는 로펌들이 앞장서 법률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모범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아쉽다. 그런데 솔선수범이 로펌만의 과제는 아니다. 법조계는 새 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하나 법조계에는 여전히 서열문화에 익숙했던 보수적인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다. 법조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경직된 위계질서가 아직도 용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저연차 변호사들이 선배 변호사들의 식사자리를 예약하고 알려주는 이른바 '밥총무'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은 '웃프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취지는 결국 갑질로 대변되는 고압적 관행에 제동을 걸자는 것이다. 새로이 시행되는 법률의 취지를 법조계가 솔선해서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군가가 직장은 본디 괴로운 곳이라 했다. 본질적으로 고단한 곳에 '갑'들의 괴롭힘까지 더해지면 직장은 전쟁터가 되기 십상이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늘 괴로움이 상존하는 직장에서의 갑질을 규율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취업규칙과 같은 세부적인 규정들도 물론 준수돼야 한다. 거기 더해 개정법의 숨은 취지를 생각할 때다. 법률의 토대 위에 살아가는 법조인이라면 두 말 할 것도 없다. 개정 근로기준법이 직장내 괴롭힘을 넘어 수많은 '을'들의 괴로움까지 방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