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요일언

언론의 자유

154643.jpg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편, 이 칼럼을 빌어 여러분을 뵈옵는 이 순간까지 제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목요일언과 함께할 올해 연말까지 제 마음은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런 형식과 내용의 제한도 없는 글을 여러분께 내보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기고하기로 약속한 후 이미 늦어버린 시점에 깨달았습니다. 완전한 자유는 저에게 해방감이 아니라 그 어떤 보호 장치도 없이 벌판에 놓인 느낌으로 왔습니다.

 

자유가 없다고 느낄 때에는 자유를 갈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갈구해 온 자유는 완전한 자유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조건과 제한 뒤에 몸을 둘 수 있어 편안했다는 것을 몰랐던 모양입니다.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편의적 자유를 희망했던 모양입니다. 완전한 자유는 완전한 저의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느낌입니다. 결국 저는 제 글에 대한 온갖 책임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자체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침해받으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요. 정작 보이지도 않는, 타인의 시선과 생각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시선과 생각들을 감당하는 것을 책임이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목요일언 필진 기사가 나온 뒤 필독과 기대의 인사를 해 주시던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과 동시에 그 기대들을 어떻게 충족해야 하나 걱정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목요일언이 차지하는 지면은 작아 보이는데, 파급력은 생각 이상인 것 같아 두려워졌습니다. 

 

이미 기고를 약속했으니 피할 곳이 없습니다. 그 시선과 생각들을 모두 흡수하여 소화하기엔 제 장기가 다소 연약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시선과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향은 어떨까요. 이것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까요? 시간을 견디는 것 외엔 방법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느낌이 듭니다. 설레기도 하네요. 여행 중 무엇을 보고 알게 될지, 누구를 만나게 될지 기대도 됩니다. 여행용 키트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창고 어디엔가 방치된 용기라는 것도 찾아보고, 화장대 위에 늘 놓여 있는 우리집 그분의 응원도 담아보고, 서랍 속에 조심히 넣어 둔 다정한 분들의 사랑도 챙겨야겠습니다.

 

 

박지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