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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일본의 한국 대법원 판결 간섭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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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에 국가 사법권 체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선이다.

 

최근 일본은 한국에 '반도체 핵심 3대 소재 수출 제재 조치'를 취했다. 대부분의 언론 매체는 이러한 일본의 '경제 보복'이 지난해 10월 있었던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라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그러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대일 외교 비판과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걱정하는 보도만 보이는 실정이다.

 

이 사안의 진정한 문제는 경제 보복이나 악영향, 반도체 기업의 수출 악재가 아니다.

 

일본의 보복카드가 100개이든, 한국인 여행객 비자 발급을 억제하든, WTO 협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판정하든 이 모든 사안 검토는 부차적인 문제다.

 

핵심은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경제보복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즉, 이 사안은 외세의 국가체제에 대한 내정간섭이다.

 

세계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몽테스키외가 제시한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의 삼권분립 정신을 국가체제의 기초로 삼고 있다. 미국 독립과 프랑스 대혁명 이후 삼권분립의 정신은 민주주의 국가 헌법의 토대가 되었고, 현재의 대한민국 헌법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때문에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타국의 행정조치나 입법에 따른 무역협정 파기는 비난하거나 보복하더라도, 타국의 법원 판결에 대해 외교적·경제적 제재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다. 이는 민주주의 기본 체제의 문제이며, 나아가 외국의 타국 사법권에 대한 개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지금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심지어 사법권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도 하지 않는 일이다.

 

물론 실질적인 이유는 결국 일본의 20년째 불황으로 경제가 정체된 사이,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져서 일본의 절반 수준에 이른 현실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보복 조치에 따라 한국 경제나 반도체 업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정보 분석은 언론사의 책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어디까지나 일제 강제징용 대법원 손해배상 판결에서 비롯되었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각 언론사를 비롯한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서는 경제적 제재조치에 따른 예상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적어도 법조인 사회에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 분명한 지적이 필요하다.

 

일본은 지금 마치 한국이 삼권분립도 없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나라인 것처럼 외교적 항의와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삼권분립이 명확하게 규정되고 운영되는 민주주의 국가이며,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도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간섭할 권리가 없다.

 

이 지점은 경제적 제재나 외교적 해결을 통한 타협이 불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대법원 판결이 확고부동한 진리는 아니며, ‘재심’과 같은 법적 절차에 따라 뒤집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타국의 경제보복 조치에 의해 뒤집혀야 할 사안은 아니다. 

 

나아가 정부는 오히려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에 해외 정부가 정치적으로 간섭하려는 시도에 대한 분명한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내부적으로, 특히 법조사회에서는 이 사안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국가체제’의 일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강정규 변호사 (한국법조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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