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월요법창

편지와 진실

154438.jpg

초보 검사 시절 진실을 찾고자 하는 소망은 대단하다. 경험도 없고 수사기술도 없어 좌충우돌하고 넘어지면서 하나씩 배워나간다. 약 3년간 그런 과정을 거치면 누구 말이 진실인지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5년차가 되면 자신감이 생긴다. 검사 5년차가 가장 무섭다는 말도 있다. 경험이 쌓이고 혈기가 넘치는 때여서 무섭게 매진하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 시절 바다가 보이는 청사에서 근무했는데, 어느 날 경찰에서 고급승용차를 훔친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보내겠다고 지휘건의가 왔다.

 

경찰은 고소인과 목격자가 있고, 특히 피의자의 편지가 피의자가 범인임을 알려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했다. 피의자는 이미 다른 사건으로 구속 중이었고, 구치소에서 고소인에게 “형님. 죄송합니다. (중략) 경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형님.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편지를 썼던 것이었다.

 

그 당시 피의자는 사건 당일 현장에도 가지 않았고 이미 1년 전에 차를 빌린 것이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만약 내가 거짓말을 한다면, 목격자까지 있는 이 상황에서 현장에도 가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풀고 진실을 찾고자 경찰에 추가 수사하도록 했다. 고소인은 사건 당일 피의자에게 전화를 했다고 주장하니, 이를 확인하게 한 것이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경찰 수사결과가 왔다. 사건 당일 고소인이 피의자에게 전화했다는 것이 거짓으로 확인되었고, 이에 고소인이 허위 목격자를 내세워 무고 한 것을 시인하였다. 고소인은 피의자가 돈 2억 원을 갚지 않아 “영업해서 갚으라”고 고급차까지 빌려주었는데, 피의자가 구속되어 화가 나 허위고소를 한 것이었다. 

 

피의자의 편지는 이런 것이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수사기관에 무고하는 것보다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것이 보다 중한 죄였다. 그래서 피의자는 고소인에게 돈을 못 갚은 죄인으로 무조건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썼던 것이다.

 

우리는 진실이 궁금할 때가 많이 있다. 그래서 솔로몬은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혜를 갈구했고, 정의의 여신은 보이는 것의 현혹에서 벗어나고자 눈을 가렸는지 모른다. 오늘도 진실을 갈구하는 많은 검사들이 실력을 갈고닦고 있으리라 믿는다.

 

 

최두천 과장 (법무부 인권조사과)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