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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호인조력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자신의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씨에게 지난 7월 10일 국선변호인이 선임되었다. 앞서 고씨 측은 형사소송법 분야에 정통한 변호사와 생명공학 등을 전공한 변호사 등 5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선임하여 재판에 대비했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변호인들은 여론의 부정적 반응과 대중의 비난에 시달렸다. 결국 이들 변호인단은 사임했다. 이후 제주지법이 고씨 측에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것은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른 수순에 불과할 따름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근간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제12조 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금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나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여기서 말하는 변호인은 사선 변호인을 가리킨다. 의뢰인과의 두터운 신뢰관계가 필수적인 형사 변호인의 경우 사선이 원칙임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동조 단서가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규정하여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고씨가 사선 변호인을 선임한 것은 우리나라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지극히 정당한 행위였다. 그러나, 고씨는 이 때문에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죄를 지은 자가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서 처벌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피고인이 헌법과 법에서 정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하며 오히려 부당하기까지 하다. 더 우려되는 점은 고씨로부터 변호인으로 선임된 변호사들 역시 극렬한 대중의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변호사들이 소속된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는 언론보도 직후부터 지속되는 불특정 다수의 항의와 비난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유사한 이름의 법무법인도 같은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결국 고씨가 선임한 변호사들은 언론보도 하루 만에 사임하고 말았다. 형사소송 절차에서의 변호인 조력권은 형사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가공권력에 대응하는 피고인을 위한 무기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 내용이다. 피고인의 변호인 조력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하여는 피고인으로부터 선임된 변호인이 외부의 어떤 세력과 영향에도 방해 받지 않고 자신의 소신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당해 변호사들은 대중의 격렬한 항의와 언론의 부정적 시각에서 제대로 업무에 착수하기도 전에 손을 떼어야 했다. 변호권 침해인 동시에 변호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조계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헌법침해적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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