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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관심과 예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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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초년차 시절 처음 만나는 선배들, 어르신들에게 거의 항상 듣게 되는 질문이 있었다. 나이가 몇이냐, 집은 어디냐, 형제는 몇이냐, 애인은 있느냐, 결혼은 했느냐, 아이는 몇이냐, 남편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 등등. 당시에는 이런 호구조사식 질문이 첫 만남에 묻기에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닌지, 질문을 듣는 사람의 본질과 크게 관계없는 것이 아닌지 하여, 겉으로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지는 못하였지만 마음 속으로 조금 불평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신입, 후배들을 받고 인턴까지 마주하게 된 지금, 막상 친하지 않은 사람과 앉아서 대화를 시작하려니 창의적인 질문이나 화젯거리가 떠오르지를 않고, 결국은 호구조사식 질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대화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선배들, 어르신들이 그때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대화를 이끌어내면서, 적당한 거리를 침범하지 않을 만큼의 예의를 지킬 수 있는 화젯거리는 무엇인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참 어렵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은 서로의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지만, 관심 표현이 지나치면 무례가 된다. 애인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아이는 왜 안 낳는지 등을 묻는 사람은 듣는 사람과 그 정도 질문은 할 수 있는 편한 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나이와 지위에 따른 위계질서가 분명한 편이기에, 연차와 직급이 올라갈수록 상대방은 나를 불편해할 수 있고, 내가 “어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대하세요”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느끼는 어려움은 그대로이고 나만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직장상사에게 애인 혹은 배우자와의 관계는 어떠한지 묻는 신입사원은 상상하기 힘들다.

 

작년 가을 쯤인가, 오랜만에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후배에게 “결혼하더니 살쪘다”고 했던 것이, 돌이켜 생각해보니 무례였던 것 같아 반성한다. 관심을 표명하되 예의를 잃지 말자, 한 번 더 다짐한다.

 

 

김미연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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