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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

캐나다에서 혼인한 남녀 외의 성관계를 금지하는 기독교계 로스쿨을 변호사협회가 인가하지 않은 것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인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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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018년 6월 15일, 캐나다 연방대법원은 학생들에게 혼인한 남녀 외의 성관계를 금지하는 기독교계 로스쿨의 개원을 불승인한 변호사협회의 결의가 옳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종교계 학교와 변호사업(業)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주장하는 변호사협회가 대립하였던 사건으로 캐나다 연방대법원은 변호사협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상의 권리로서 1982년 캐나다헌법 제1장에 해당하는 ‘캐나다 권리자유헌장(이하 ‘헌장’)’ 제2조에 의해 보호된다. 헌장 제2조는 ‘누구나 다음에 열거한 기본적 자유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제a호에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두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한편 변호사법과 변호사협회규칙은 변호사협회가 로스쿨의 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를 결정함에 있어 공익을 고려하도록 하였다.

이하에서는 해당 사건(Law Society of British Columbia v. Trinity Western University, 2018 SCC 32)에서 캐나다 연방대법원이 양측의 법익을 어떻게 형량하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사건개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 위치한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교(Trinity Western University)는 복음주의 기독교계 고등교육기관으로, 학생들과 교수진들에게 공동체 언약 합의(이하 ‘언약’)라는 종교적 행동수칙을 엄수하도록 하는 로스쿨을 개원하고자 하였다. 이 언약은 ‘남성과 여성이 맺은 혼인의 신성함을 훼손하는 성관계’를 금지하였다. 학교는 입학의 조건으로 학생들에게 언약에 서명하도록 하였고, 로스쿨 3년 동안,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캠퍼스 밖 자신의 집에 있을 때에도 언약이 적용되도록 하였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변호사협회는 의무적 언약이 학생들, 특히 성소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입학과 변호사업계로의 진입에 불공평한 장벽을 세우는 것이라고 보고 로스쿨의 인가 문제에 대하여 회원투표를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 인가할 수 없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교와 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었을 동 대학교의 학부 졸업생은 변호사협회의 결정이 헌장상 종교의 자유를 적절히 고려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은 변호사협회가 종교의 자유와 평등권을 형량해야 함에도 이를 형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변호사협회의 인가 불승인 결정을 파기하였다. 2심 법원도 대학교의 종교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은 중대한 데 반해 성소수자들의 변호사업에 대한 접근권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미미하다고 판단하여 변호사협회의 결정이 비합리적이라고 판결하였다.

이에 캐나다 연방대법원은 로스쿨을 인가하지 않은 변호사협회의 결정이 타당하다고 판결하며 원심을 파기하고 변호사협회의 결정을 복구시켰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3. 판결요지

변호사협회가 이 사건 로스쿨을 인가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변호사협회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 사이의 비례적 균형을 이룬다.

이 사건에서 변호사협회는 로스쿨의 인가를 승인하지 않는 것이 변호사법 및 변호사협회규칙상 공익을 유지하고 보호할 의무에 해당된다고 해석하였다. 입학의 조건으로 학생들에게 언약에 서명하도록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입학에 불공평한 장벽을 세우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변호사업계로의 진입에 장벽을 세우는 것이다. 변호사협회가 변호사업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보장하고, 법조계 내의 다양성을 옹호하며, 성소수자 로스쿨 학생들이 입는 피해를 방지함으로써 평등을 장려하는 것이 공익을 추구하는 유효한 수단이라고 판단한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변호사업에 대한 불공평한 장벽을 허용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것은 공익을 위한 변호사협회의 규제력에 대하여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변호사협회는 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한 이익을 갖는다.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측이 진심으로 종교적 관습이나 신앙을 갖고 있고, 문제가 된 주의 행위가 사소한 수준 이상으로 이 관습이나 신앙을 방해한다고 입증하는 경우, 헌장상 종교의 자유는 제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복음주의자인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교의 구성원들은 종교적인 언약으로 규율되는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그들의 영적 발전에 기여한다고 진실되게 믿고 있었다. 의무적 언약에 의해 규율되는 로스쿨을 인가하지 않는 것은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이 신앙으로 규정된 환경에서 법을 공부함으로써 영적 발전을 강화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그들의 종교적 권리는 변호사협회의 결정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행정적 결정이 헌장상의 권리를 제한한다면, 문제는 그 결정이 헌장상의 보호와 관련 법규상의 목적 사이에 비례적인 균형을 반영하였는지 여부이다. 만일 양자 간에 비례적 균형을 이룬다면 그 결정은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행정적 결정이 비례적이기 위해서 의사결정자가 결정을 내림에 있어 단순히 법규상의 목적을 헌장상의 보호와 형량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법원은 법규상의 목적에 비추어 헌장상의 보호를 보다 충분히 실행할 다른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법원은 법규상의 목적의 증진에 대한 이익에 비해 헌장상의 보호에 대한 제한이 얼마나 상당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변호사협회는 로스쿨을 인가하느냐 안 하느냐의 오직 두 가지 선택만을 갖고 있었다. 만일 로스쿨을 인가하였다면, 변호사협회의 법규상의 목적을 증진시키지 못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법규상의 목적에 비추어 헌장상의 보호를 보다 충분히 실행할 합리적인 가능성이 되지 못하였다.

또한 변호사협회의 결정은 그 법규상의 목적에 기여하는 이익과 종교적 자유에 대한 방해의 심각성을 합리적으로 형량하였다. 변호사협회의 결정은 종교적 자유를 중대한 정도로 제한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특정한 종교적 행동수칙을 따르는 기독교적 환경에서 법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의무적 언약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공동체의 종교적 신앙이 스며든 환경에서 법을 공부하는 것은 그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선호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반면, 변호사협회는 로스쿨을 인가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변호사업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 및 법조계 내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심각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변호사협회의 법규상의 목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법학 교육을 받기 위해서 3년간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에서조차 정체성의 아주 중요한 요소를 부정하도록 강요하는 로스쿨을 허용한다면, 이러한 변호사협회의 결정은 사법행정에 대한 공신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종교의 자유는 개인적·공동체적 관습을 통해 신앙을 지키고 표현할 신앙인들의 권리를 보호한다. 그러나 종교적 관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것은 형량 단계에서 고려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의무적 언약의 효과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한다. 변호사협회의 결정은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교 로스쿨에 다니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끼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심각한 피해를 방지한다. 이러한 개인들은 법학 교육을 받기 위해서 3년간 자신들이 누구인지를 부정해야 했을 것이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반대되는 다른 사람의 신앙을 강요받는 것은 모멸적이고 무례한 일이다.

관련 법규상의 목적에 대한 중대한 이익과 이 사건 헌장상의 권리에 대한 제한의 미미함을 고려하건대, 또한 그러한 목적을 충분히 실현하면서도 헌장상의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대체방안이 부재함을 고려하건대, 이 사건 로스쿨의 인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변호사협회의 결정은 비례적인 균형을 이루었다. 따라서 변호사협회의 결정은 합리적이다.


4. 반대의견

이 판결은 대법관 2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는데 그 내용에 따르면 변호사협회의 결정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며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한다. 로스쿨의 인가를 승인하지 않는 것은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교 공동체의 종교의 자유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로스쿨을 인가하더라도 공익에 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반대의견에 따르면 종교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은 공익에 해당된다. 또한 신청된 로스쿨을 인가한다고 해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용납하는 것도 아니다.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교의 입학정책의 목적은 누군가를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종교 공동체의 활력을 보장하는 행동수칙을 수립하려는 것이라고 보았다. 특정 그룹을 추려내는 것이 아니고, 다른 많은 사람들(특히 미혼의 이성애자들)도 이 수칙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이 언약의 결과로 발생되는 변호사업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은 종교적 자유를 수용함으로써 나타나는 작용이며, 자유롭고 다원적인 사회에서 다양성을 고취함으로써 그 자체로 공익을 증진시킨다고 판단하였다. 다양한 신앙과 가치를 수용하는 것은 세속주의와 다원주의의 전제 조건이며, 모든 캐나다인들의 헌장상의 권리를 보호하고 고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이유로 반대의견은 변호사협회의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판결한 법정의견에 반대하였다.


임기영 책임연구원 (헌법재판연구원 비교헌법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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