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法臺에서

판사의 가치

154256.jpg

판사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적어도 성실성은 검증받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수험시절의 각종 유혹을 이기고 국가고시를 거쳐 임용되고, 그 이후에도 아무런 추가 보수나 지시 없이도 내면화된 책임감과 자기 절제로 임무를 감내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판사는 종종 다른 직역의 인사 리쿠르팅 대상이 된다. 대형 로펌, 기업 법무팀, 로스쿨, 심지어 행정부 비서실까지….

 

그렇다면, 그런 판사를 스카우트할 수 있는 자릿값은 얼마나 될까? 어떤 조건이면 판사의 직분을 성실히 수행하던 사람이 그 자리를 툴툴 털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을까? 정답은 간명하게도, 판사마다 다르다! 해당 판사가 가지고 있는 판사라는 직분에 대한 소명감과 직업적 만족도, 그리고 이직의 필요성, 나아가 새로운 자리에 대한 평소의 동경과 적성 등이 다 다를 것이다. 

 

미국에서 Magistrate Judge 임명식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잊지 못할 장면은 이제는 개업하여 변호사가 된 전임 판사들도 여전히 ‘Judge’로서 공식적인 자리에 초대받음은 물론 선배 ‘판사’로서 이제 막 법관이 된 후배 ‘판사’에게 축하와 당부의 격려사를 하였다. 판사에서 은퇴한 후 조정가(mediator)로 활동하는 많은 전임 판사들도 여전히 ‘판사(Judge)’로 불리며 존대를 받는다. 

 

우리 곁에는 판사의 가치를 더없이 소중히 하는 분들이 많다. 어떤 분은 자신의 건강이 상해 가는 줄도 모르고 밤을 새워 기록을 보다 쓰러지기도 하고, 어떤 분은 첫 딸을 위한 출산휴가까지 반납하고 판결서를 작성하며, 어떤 분은 더위와 전염병의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제재판소에서 인류 보편의 인권적 가치를 확립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판사의 자릿값을 어떻게 매겨 다른 곳에서 자리매김하든 그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그분들이 새겨야 할 것이 있다고 본다. 자신이 한때 판사였음을 잊지 말기를, 그렇기에 법관의 직분에 대한 숭고함을 더욱 존중해 줄 것을 남아 있는 사람들이 기대함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바탕에서라면 우리도 판사라는 직함을 가졌던 사람을 변함없이 존중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부당한 예우’가 아닌 전임 판사로서의 ‘기대와 존경’ 말이다.

 

 

김영기 판사 (서울중앙지법)

관련 법조인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