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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권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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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변호인의 기본적인 임무가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보호하고 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당한 이익으로 제한되고, 변호인이 의뢰인의 요청에 따른 변론행위라는 명목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하거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6027 판결).

 

형사부 구성원 판사였던 몇 년 중 어느 한 해였다. 우리 재판부에 국선변호인으로 종종 들어왔던 X 변호사님.

 

이 분은 매우 독특한 스타일의 변론을 하였다. 단어 하나의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는 것 같았고, 진지한 표정과 과장되지 않은 몸짓으로 언어를 뒷받침하였다.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경찰공무원을 폭행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경찰이 체포하려 하자 피고인은 술김에 우발적으로 평양박치기인지 제주도박치기인지를 해버린 것입니다”라고 하여 선택적으로나마 그 박치기의 지역적 유래를 밝힘으로써 변론에 신뢰를 더하고자 하였다.

 

피고인에 대한 유리한 양형 사유로 경제적 곤궁을 설명하며 “피고인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곤궁한 처지에 있습니다. 가진 재산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거지 중에 상거지입니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피고인이 변호인을 째려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지어는 지하철에서 불법으로 노점을 하던 피고인이 단속 공무원들을 폭행하여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고령의 피고인을! 공무원들이! 양팔과 다리를 잡은 후! 오징어 밟듯이 그냥 밟아버린 것입니다!”라고 하여 피고인과 오징어를 겹치는 상상을 하게 해주었고, 피고인의 명정 상태를 주장하는 사건에서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술을 굉장히 많이 마신 상태였습니다. 소주 다섯 병을, 속된 말로 깐 것입니다”라고 하여 소주를 까면 어떤 맛일까 하는 호기심도 불러일으켜 주었다.

 

그 분의 변론을 들으면 야속한 입 꼬리가 저절로 솟아올랐고, 상승을 참을 수 없어 고개를 돌려 부장님을 바라보면 부장님 역시 입 꼬리와 고독한 사투를 벌이고 계셨다.

 

변호인의 변론권의 한계는 어디인가! 법원이 심리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변론행위로 허용되는가? 판례와 논문을 검색해 보았으나 아직 이와 관련한 선례와 논의는 없다.

 

 

정성민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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