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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골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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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의 작은 도시, 골웨이에 다녀왔다. 윤도현, 이소라 등이 어느 방송에서 버스킹을 한 곳이다. 골웨이 대학(GUI Galway)이 마련한 장애인법 여름학교(Disability Law Summer School)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30개 이상의 나라에서 사람들이 왔다(한국에서는 12명의 변호사가 참여했다). 다양한 인종과 나라,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장애인 권리에 관해 함께 토론하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온 프레야(Freyja Haraldsdottir)가 발표한 소송사건이 화제가 되었다. 와상장애인으로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지만, 아이슬란드 대학 겸임교수로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녀는, 아이를 키우고 싶어 위탁부모(Foster Parent)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아이를 양육하기에는 건강요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녀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기저귀를 갈 수 없는 장애인은 아이를 맡아 기를 수 없는 것인가? ‘아동의 권리’와 ‘장애인이 아이를 키우거나 부모가 될 권리’는 상충되는가? 근본적으로 양육이란 무엇인가? 육체적 능력이 제한된 사람은 양육의 ‘자격’이 없는가? 나아가 입양은 가능할까?

 

뉴질랜드의 로버트 마틴(Robert Martin)은 가장 인상적인 발표자였다.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시설에서 보낸 지적장애인이다. 2016년에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유엔 조약기구 위원 중 유일한 지적장애인이다). 그가 자신의 경험과 관점에서 의견을 밝히고 날카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지적장애인을 국가인권위원으로 선임하거나 국제기구의 대표로 지명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여름학교는 모의재판으로 마무리 되었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존은 게이클럽에서 남자를 만나 2년간 사귀다 혼인신고를 하였으나 수리되지 않았다. 존은 지적장애인이었는데 그의 재정적 결정을 돕기 위해 선임된 후견인이 결혼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이 큰 영향을 주었다(동성혼이 합법화된 나라여서 동성혼은 문제 되지 않았다). 후견인이 반대한 이유는 상대방 남성이 나이가 많은 이주민으로 혼인을 통해 비자(Visa)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보이고, 존이 ‘결혼의 의미’ 특히 ‘그 경제적 결과’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여름학교 참가자들은 신청인과 피신청인, 보조참가인으로 나뉘어 치열한 변론을 진행하였다. 결국 모의재판부는 존의 신청을 인용하였다. 우리나라 법원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비장애인의 결혼에 국가 또는 제3자는 법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살피지 않는다. 그러나 성년후견을 받는 지적장애인은 다르다.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같은 상황에서 후견인은 장애인의 ‘복리’를 우선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당사자의 ‘의사’를 우선하여야 하는가? 민법은 복리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계에서는 최근 위험할 권리, 잘못될 권리(the right to be wrong)를 이야기한다. 우리 후견제도가 장애인의 자기결정을 돕는 것이 아니라 제3자로 하여금 의사결정을 대신하게 하는 제도라고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자랑 하나. 한국 참가자들은 여름학교에서 ‘최고의 포스터상’과 ‘최고의 모의재판 변호사상’을 모두 휩쓸었다.

 

 

임성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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