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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말

[나의 주말] '전투 육아' 이충윤 변호사

안아주고 업어주고 울고 웃고 지지고 볶다보면 ‘녹다운’

나는 다섯 살 딸 은아와 두 살 아들 준기 아빠다. 둘다 눈도 아주 크고 피부도 뽀얀게 최고로 예쁘고 귀엽게 생겼다.

동시에 나는 신참 개업변호사다. 업무 이외에도 모임 등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아서 업무로 눈코 뜰 사이 없는 주중을 보내고는 한다. 그렇게 눈만 잠깐 감았다 뜨면 토요일이 온다.

내 주변에는 아직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는 기혼자가 많이 있다. 그들은 불금에 술을 달리며 얘기한다. “내일은 주말이니 늘어지게 자면 되지.” 육아부부에게는 세상 더없이 부러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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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두 자녀를 데리고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을 방문해 놀아주고 있는 필자인 이충윤(35·변시 4회·맨 왼쪽) 변호사.

 

아침 7시면 보통 둘 다 잠에서 깨어, 간밤에도 육아로 지친 엄마까지 깨운다. 그나마 8시 정도까지 잘 수 있는 나는 대단히 운이 좋다. 곧 은아가 “아빠 일어나, 아침이야!”하며 놀자고 깨우러 올 것이다.

엄마가 정성껏 준비한 밥과 국을 애들이 맛있게 잘 먹으면 너무 좋은데, 난관이 많다. 밥 먹으면서도 콩순이를 가지고 놀고 싶고, 유튜브에서 베이비버스와 헤이지니를 찾다보니 한 세월이다. 그 와중에 아빠는 해장국 한 그릇 잘 얻어먹고 안방으로 기어들어간다. 아, 우리 와이프는 정말 극한직업이 분명하다. 애가 셋이니. 

 

다섯 살 딸, 두 살 아들,

7시면 “아빠 일어나” 잠 깨워

 

곧 아는 형님에게 카카오톡이 온다. 이 형님은 은아의 어린이집 친한 친구인 수연이의 아빠인데, 주말에 종종 넷이 만나고는 한다. 두 가족의 중간에 L모 마트가 있는데, 우리의 아지트다. 준기도 같이 가면 참 좋은데, 아직 아빠가 어려운지 엄마 껌딱지다. 기분이 아주 좋을 때나 아쉬울 때만 방긋방긋 웃어주는데 귀하디 귀한 일이다.

출발! 은아를 태우고 유모차를 살살 끈다. 유모차를 끌면 지나가는 차가, 신호등의 색이 유난히도 신경 쓰이는데, 은아는 신나서 더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비상구 그림의 녹색 사람을 봐도, 간판의 동물 그림을 봐도 꺄르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 애교에 아빠 마음도 말랑 말랑해진다.

 

식사 시간은 전쟁

 한 입 먹고 놀고 한 입 먹고 또 딴짓


L모 마트 오픈 시간은 10시. 우리는 개시 손님이다. 아이들의 성화에 더 늦게 만나기도 어려웠다. 둘 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며 각자 아빠 뒤에 숨어있는다. 입고 온 공주 옷과 가져온 장난감을 서로 관찰한다. “얘들아, 키즈카페 가서 같이 인형 놀이 할까? 같이 놀려면 손 잡아야지~”

얼음이 한 번 깨지면, 막을 수가 없다. 저러다 넘어져 다치지나 않을지, 노심초사다. 아이들은 은근히 빠르고, 멈추지 않고 뛰어다니며, 체구가 작아 어른들은 생각도 하지 않는 곳으로도 달린다. 도무지 방심하기 어렵다.

키즈카페에는 ‘팡팡이’가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맘껏 점프하며 뛰어놀 수 있는 만능 놀이기구다. 나는 몇번 뛰다보면 어지러운데, 아이들은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쉬지 않고 점프하며 놀다가 넘어지면 그게 또 좋다고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거구의 덩치로 호랑이 흉내를 내면 신나서 반대쪽으로 도망갔다가, 거꾸로 “어흥~!”한다. 아, 무서워서 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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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점심시간이다. 은아는 감자튀김과 치즈스틱을 좋아하는데, 패스트푸드 가게를 피해 빙빙 돌아 간신히 한식 식당에 도착했다. 아이들을 위해 불고기와 떡갈비 백반을, 아빠들을 위해 라면을 한 그릇씩 시킨다. 어차피 애들이 남긴 음식은 우리 몫이니까.

집에서는 밥투정을 하더니, 친구와 나란히 앉아 먹으니 입맛이 더 도는 모양이다.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밥을 먹는다. 여기는 미역국을 줘서 좋다. 미역국은 대체 무슨 매력이 있는지 못 먹는 아이들이 없다. 와이프도 조리원에서 평생 먹을 미역국 다 먹었을 텐데 잘만 먹는다.


아내 쉬게 집 나와

유모차로 키즈카페·공원 놀이터 전전

 

밥을 다 먹었으니 이제 또 놀러가야지. 다행히 날이 덥지 않아 구립 공원 놀이터에 갔다. 아이들과 한창 놀고 있는데 클라이언트에게 전화가 온다. 자문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질의 메일을 보냈으니, 월요일 출근 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단다. “네, 팀장님. 알겠습니다.” 다행히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그래봐야 오늘 밤에 해야겠지만.

신나게 땀을 뺀 은아는 집에 가는 유모차에서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곤하게 잠이 들었다. 이럴 때는 계속 유모차에서 재워야 할지 고민이 된다. 침대로 옮기다가 깨면 수습 불가능한 대재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유모차는 허리가 아프니 침대가 나으리라.


주말에는 늦잠 잔다는 말 들으면

세상에 더없이 부러워


집에 들어오니 준기가 깨어 있다가 소리를 지른다. 아직 말을 못하는 두 살배기로서는 일종의 환영의 의사표현이리라. 고맙지만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주렴. 은아를 눕히러 가는데 준기가 다가와 배시시 웃는다. 넋이 나가게 귀여워서 다른 팔로 안아주니 갑자기 빽 소리를 지르며 운다. 아뿔싸 그 소리에 은아가 깨 버렸다. 아직 잠든 지 30분도 채 안 지났는데….

은아는 아빠를 좋아하지만 자다 깨서는 엄마만 찾는다. 준기는 그냥 엄마만 찾는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둘다 울고 있다. 결국 엄마가 나서야 수습이 된다. 아, 엄마는 정말 극한직업이다. 준기 이 녀석이 아빠를 좀 더 좋아해주면 좋을 텐데 요원하다.

애들을 어르고 달래고, 저녁 먹이며 다시 사투 아닌 사투가 반복된다. 안아주고 업어주고 울고 웃고 지지고 볶다가 밤 10시가 훌쩍 지났다. 자기 싫다고 더 놀고 싶다고 운다. “내일은 타임스퀘어에 가서 시크릿쥬쥬를 사줄게.” 갑자기 고분고분 잠자리에 든다.

자, 이제 다들 잠이 들었다. 나만의 시간이 왔다. 때마침 팀장님의 전화가 떠올라 노트북을 켠다. 치킨이라도 시키면 좋겠지만, 참아야겠다. 내일은 일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준기가 아빠 껌딱지가 되면 더욱 행복하겠다.


이충윤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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