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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공정하지 못한 일에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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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할 때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역사학자가 나와 우리 역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나 주제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코너가 있다. 역사학자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과거 학교 성적을 위해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외웠던 역사적인 사건들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관심이 없던 역사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구매하여 재판 대기 시간 중에 읽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세종의 아들인 문종의 삶이 인상 깊었다. 문종은 1414년에 태어나 7세의 나이에 세자로 책봉되고, 이후 30년 동안 왕세자의 자리에 머물면서 세종의 후반 업적 중 상당부분을 기여했다. 문종은 아버지 세종이 병에 걸려 시력을 잃자 세종 19년에 세종을 대신하여 서무결제를 책임지고, 1442년부터 세종이 승하한 1450년까지 대리청정을 하게 될 정도로 준비된 왕이었다. 또 신하의 충언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여 과학, 사회, 언론 분야 뿐만 아니라 국방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이렇듯 문종은 세종의 아들로서, 세종이 재위한 오랜 기간 동안 세종을 도와 많은 업적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우리에게 아버지인 세종에 비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요즘 들어 문종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확대되는 것 같지만, 아직까지 어떤 결과물이 나오게 되면, 직관적으로 그 결과물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에 대해서만 칭찬이나 보상을 하고, 뒤에서 묵묵히 일했던 사람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교통과 통신 산업의 발달로 모든 일들이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훨씬 많다. 며칠 전 새벽 만원 버스에 탑승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대형 상업 건물을 청소하는 사람들이고, 이 분들 대부분은 10년 이상 매일 같은 버스를 탑승하고 출근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분들이 새벽마다 건물 청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날마다 쾌적한 건물에 출근하여 일을 할 수가 있는데, 평상시 우리는 이 분들에게 얼마만큼의 고마움을 느끼면서 일을 하고 있을까? 나 역시 이 질문에 대해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요즘 우리는 공정하지 못한 사건들에 대해서 자주 분노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 모두는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나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최소한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원하는 공정한 사회가 조금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김진성 변호사 (법무법인 참진)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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