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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인파산의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때다

기업이 파산하면 해산하고 사라지지만 개인은 파산하더라도 계속 삶을 이어가야 한다. 개인파산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 낙오한 경제주체들에게 다시 기회를 부여하고 사회로 복귀시키는 기능을 하는 중요한 제도다. 1962년에 도입된 개인파산과 면책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됐다가 1997년 국내 최초로 면책결정 사례가 나오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특히 IMF 사태를 거치고 2003년 신용카드대란 사태를 겪으면서 개인파산은 개인회생과 함께 수많은 신용불량자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제도로 자리매김 했다. 2005년 이래 작년까지 개인파산과 개인회생을 합한 신청 건수는 매년 10만 건을 꾸준히 넘기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여러 법률이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 취업이나 자격제한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것은 개인파산제도의 본래 취지에 역행하는 불합리한 것들이다. 채무자회생법은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 취업의 제한이나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32조의2). 그러나 실제로는 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등에 대해 파산선고를 직업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법규정이 200여 개나 존재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등은 법령 개정으로 파산선고가 결격사유에서 삭제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법규에서 취업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파산선고를 받은 후 복권되지 않은 사람은 보험설계사, 일반경비원, 아이돌보미, 아파트 동별대표자, 전통 소싸움경기의 소 주인이 될 수 없다. 결국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이 간호사 업무를 계속 할 수 있어도 아이돌보미는 될 수 없다는 것인데, 왜 그래야 하는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법원의 개인파산절차에 대한 ‘엄격심리방식’이나 ‘전면적 파산관재인 선임제도’도 제도의 본래 취지와 맞는 것인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사실상 생계비를 초과하는 소득이 거의 없는 저소득자나 정기적 소득이 없는 아르바이트 소득자들은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것이 제도 취지에 맞는 것인데, 법원의 엄격한 운용방식 때문에 개인회생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의 경우 개인파산이 개인도산 사건 중 70% 정도를 차지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으로 32%에 그치고 있다. 개인도산을 신청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기적 소득이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인데도 개인회생 사건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제도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우리나라는 2018년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7.7%에 이르고 있고, 지난 4년간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한다. 다시 경제위기가 닥치면 한계상황에 있는 개인들이 대거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개인파산제도가 지난 20년간 양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개인들의 재기 지원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인지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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