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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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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법조인인 어떤 기관장이 참석하신 오찬에서였다. 그 분은 “법률가의 사명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봉사”라고 강조하시며, 소속 직원들을 통해 중소상공인 무료 법률상담을 벌이고 있다고 자랑하셨다. 

 

필자가 속물이라서인지 찬탄에 앞서 정부기관이 직접 법률서비스 제공에 나섬으로 인하여 줄어든 법률시장의 규모와 늘어난 직원들의 야근시간이 떠올랐다. 봉사의 주체와 자랑의 주체가 불일치하는 것 같다는 불손한 생각도 함께. 나중에 그 분께서 변호사 개업 후 한두 해 만에 수십억 원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유를 잘 설명할 순 없지만 언행이 모순된다기보다는 일관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법 제1조에 명시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공익적 사명은 비록 늘 지키며 살지는 못해도 포기할 수는 없는 변호사의 정체성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이들을 돕는 공익활동은 칭송하고 격려할 일이다. 그런 활동이 소중한 이유는 법률서비스가 공짜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법률서비스가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쟁 전 단계에서의 상담, 분석, 조언에 대해서는 돈을 잘 내려하지 않고 심지어 공짜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퍼져 있다. 법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지식과 전문성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지 않고 마치 아무나 퍼가도 좋은 샘물인 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식과 전문성을 잘 대우하지 않으면서 그 축적과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지식과 전문성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풍토에서는 연줄과 뒷배경의 가치가 고평가되기 쉽다.

 

당연히 정부는 공공서비스로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경우가 있다. 그럴 때에도 정부가 직접 서비스 제공 주체가 되기보다는, 이용자들이 기존 변호사들의 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주거나 매칭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이 옳을 것이다. 법률시장을 잠식하기보다 북돋는 방법이다. 최근 법무부의 중소기업 지원서비스도 이런 방식인 것으로 알고 있다. 

 

법률가들의 경험과 노력의 산물인 법률서비스는 다른 지적 작업과 마찬가지로 공짜가 아니고 공짜여서도 안 된다. 공짜가 아니기에 그것을 나누려는 공익활동이 소중한 것이고 그들을 후원하는 노력이 소중한 것이다.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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