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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나와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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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대학 동기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식사를 하며 수다를 떨었고, 개업에 관한 얘기도 나누었다. 

 

그런데 그녀는 본인이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변호사가 아닌 사업가로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얼마 전 읽은 책을 통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가나 투자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할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학교에서는 직원이 되는 방법을 가르칠 뿐 자본가나 투자가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란다.

 

친구가 말한 그 책은 나도 전에 읽은 적이 있다. 몇 해 전 군에서 전역하고 미래에 대해 막막해 할 때였다. 고시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며 한동안 그 책을 잊고 있었는데, 그날의 만남을 계기로 책 내용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이후 개업을 하고 잠재적 의뢰인들을 만나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영업을 비롯하여 자본가가 되기 위한 훈련, 그러니까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펼치기 위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체제를 지향하고 있는데도, 학교 교육은 자본가나 투자가가 아니라 노동자 즉 직원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의 내용은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체제라는 것과 모순된 것 아닌가. 곰곰이 생각하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자본주의 체제는 소수의 자본가와 다수의 노동자를 예정하고 있고, 그 체제 아래에서 경제적 자유와 창의를 발현하는 것은 대체로 자본가와 투자가의 몫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다수는 직원이고 자라나는 세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기에, 학교에서는 그 다수에게 적합한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학교 교육은 자본주의 체제에 부합하게 짜여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자본가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 좀 어색한 것일 뿐이다.

 

지난 3월 말 모교에서 우연히 후배들에게 공부 방법론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난 내가 아는 어른들 중 다수가 경제적 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좋은 직업을 가져도 그 걱정은 계속된다는 사실도 말했어야 했나 싶다.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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