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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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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헤이그에서는 어느 국제 재판관의 처신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오자키 재판관은 2019년 초 겸직이 가능한 'non-full time' 재판관으로 신분변경허가를 신청하여 이를 받게 되자 비로소 자신이 이미 일본 정부로부터 에스토니아 대사로 지명 받은 사실을 재판소에 통보하면서, 그 겸직허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재판관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자키 재판관이 소속된 재판부에는 2015년 재판이 시작된 이래 2018년 변론이 종결된 'Ntaganda' 사건이 선고만 앞두고 있었다.

 

이후 열린 재판관 전체회의에서는 다수결로 이 같은 겸직행위가 위법이 아니라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Ntaganda' 사건의 변호인은 정보공개신청 등을 통하여 계속 이의를 제기하였고, 마침내 오자키 재판관은 대사직을 사임하였다. 그럼에도 변호인은 재판관이 재판 업무와 동시에 행정부에 소속되어 일하는 행위는 권력분립에 어긋나는 대표적인 독립성 위반 사례라는 이유로 재판관 기피신청을 하면서 그의 뒤늦은 사임이 이미 훼손된 재판관의 독립성을 회복시킬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계기로 일본이 국제형사재판소에 변호사 자격이 없는 재판관을 추천하여 왔다는 사실이 부각되기도 하였다.

 

한편 올해 초에는 헤이그 재판관들의 수입을 둘러싼 이슈가 주목을 끌었다. 예산 부족을 겪고 있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는 재판소장 본인을 비롯한 일부 재판관들이 자신들의 급여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비하여 너무 적다고 주장하면서 국제 노동재판소에 소를 제기하였다. 반면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들은 고유 업무에 따른 급여 외에 개인적으로 비밀 사설 중재사건을 맡아 1건 당 수십만 달러 이상의 별도 수입을 올려왔던 부적절한 관행을 즉각 중지하여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판사의 진짜 얼굴은 어느 직업인보다 강력한 페르소나 뒤에 감추어져 있다. 이로 인해 훨씬 더 많은 금기에 둘러싸인 판사 개인은 그만큼 더 많은 욕망을 품은 채 살아가게 되지만, 인터넷과 같이 페르소나의 역할이 제거된 공간의 등장으로 그 욕망의 제어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간 통용되어 온 성직자나 선비 등과 같은 표상에 대한 '비신화화(Entmythologisierung)'를 통하여 판사의 현대적 실존을 재해석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보인다.

 

대법관 재직 중 세 번 이혼을 하였는데, 네 번째 아내는 44년 연하였던 미국 연방 대법관 더글라스는 1965년 그리스월드(Griswold) 판결을 통하여 혼인생활의 자유와 비밀 보호를 주장하면서 당시 법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프라이버시(Privacy)에 관한 권리라는 개념을 탄생시켰고, 그 후 이는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처럼 판사가 자신이 가진 사적 욕망을 공적인 부분에 투영하는 것이 항상 나쁜 일만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사법부와 재판에 대한 신뢰의 밑바탕에는 판사 개인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고, 판사에 대한 신뢰는 그의 말보다 행동에 의해 더 좌우된다. 판사가 충분한 수입과 퇴직 후의 안정된 미래를 꿈꾸는 것은 생활인으로서 당연한 태도이고, 법관 독립을 위해 보장되어야 할 일이지만, 이를 넘어서 지극히 세속적인 욕망을 품은 채 재판을 하고 있었던 사실을 노골적인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은 시대와 무관하게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이다.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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