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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조직 역량 약화를 우려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사법연수원 기수가 무려 5기나 아래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이 지명되었다. 상명하복과 기수를 중시하는 검찰에서는 검찰총장이 취임하면 선배 또는 동기들은 사퇴하는 관행이 있다. 검찰총장이 원활하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후배들에게 인사 숨통을 트이게 한다는 명분이다. 이번에도 윤 검찰총장 후보자의 선배 또는 동기 검사장급 간부들의 줄사퇴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문제는 그 인원이 모두 30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봉욱 대검 차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한 이후 그 다음으로 사표를 낼 인사들이 거명되고 있다.

 

검찰의 장래를 위해서는 우선 청와대의 인사 방침이 중요한데 후속 검사장급 인사는 능력, 조직 기여도 등을 감안해서 이뤄져야 하지만 기본 기조는 안정이어야 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직무의 독립성, 조직의 안정성, 인사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제도이다. 기수문화에 대해서 그동안 구시대적 잔재로서 극복되어야 할 문화라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권 행사에 사실상 아무런 제한이 없는 현실에서 인사권자의 재량을 제한하고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인사를 하게 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만일 이번 검찰총장 지명으로 인해 수십 명의 검사장급 간부들이 사퇴할 경우 검찰의 조직 역량이 크게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한 조직에 20년 넘게 근무하고 치열한 인사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역량이나 역할은 가볍지 않다. 현재 검찰의 조직 역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내외부에서 공공연하게 들리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진퇴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검찰 간부들의 의지와 자세도 중요하다. 간부들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입장보다는 검찰 조직, 더 나아가 국가 전체를 우선시 해야 한다. 더 이상 승진의 기회가 없다거나 변호사 개업으로 경제적인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은 검찰 고위직에 오른 사람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관련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다. 건국 이후 수십년 동안 이어진 검찰 제도의 근본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검찰 이기주의적 자세는 버려야겠지만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길을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쌓아온 경륜, 지식, 지혜는 국가가 부여해준 것이므로 국민을 위해 쏟아 붓고 그 후에 퇴진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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