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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변호사가 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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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소설가 김연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심연(深淵)’이 있다는 말로 그 막막함을 표현하였다. 노력해도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깊고 어두운 강이 사람 사이에 놓여 있다. 그 막막함은 때로는 애정이나 친밀도와는 무관한 것이어서 더 큰 좌절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50년을 함께 산 부부도 여전한 무심함에 상대방을 견디지 못하고, 부모는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의 그 속을 도통 알 수 없어 속을 썩인다. 하물며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 사업 상 교류하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내 경험’에서 일어난 적 없는 일들을 맞닥뜨리며, 우리는 혼란을 겪고 상처를 받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직업 상 필요이든, 외로워지지 않기 위한 인간 본연의 감정이든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어찌 되었건 포괄적으로 ‘잘 살기 위해’ 타인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해의 노력 한 가운데는 알게 모르게 타인의 ‘이야기’가 자리잡고 있다고 믿는다. 구체적인 일상을 숨소리가 느껴지는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면서 그 사람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다. 그 사람의 과거, 처해진 환경, 행동의 맥락, 사소한 버릇, 소소한 고민들을 공유하는 순간 타인의 세계는 내 세계로 스며든다. 심연의 강에 다리 하나 놓이는 셈이다. 이것은 구체성의 힘이고, 서사의 힘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좋은 서사는 한 인간을 이해하게 만들고 진정한 이해는 성급한 유죄추정의 원칙을 부끄럽게 만든다고 하였다. 가난한 대학생이 악랄하기로 소문난 전당포 노파를 도끼로 살해하는 사건도, 중년 남성이 12살 의붓딸 아이에 성적으로 집착하다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도, 우리는 구체적인 서사를 통해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된다.

 

사건도 그러하다. 진실을 밝히고, 변호를 하고, 잘못을 추궁하고, 공평과 정의의 이름으로 판단을 내리는 일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태연히 이해한 것처럼 스스로 속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또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이 어렵고 피곤한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구체성과 서사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더 궁금해하고, 더 다가가고, 더 소소해지는 방법이다. 말처럼 쉬웠으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바로 그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어제까지 쓰기로 했던 서면을 왜 아직도 쓰지 못했는지, 왜 고객 질의에 바로 회신을 못하고 있는지, 누가 ‘구체적으로’ 나를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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