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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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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업인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또 다른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에 소송을 제기하였고, 미국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가 바로 디스커버리(Discovery, 증거개시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진 바이다. 문제된 영업비밀은 두 기업 모두의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상 국가핵심기술과 관련된 것이어서 소송을 위해 불가피하게 국가핵심기술을 국외로 이전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국가핵심기술의 유출 논란이 있다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을 보면서 국내 기업이 이제 국가핵심기술의 유출 문제에 별 신경 쓰지 않고 디스커버리를 이용하기 위해 미국 소송을 이용하는 본격적인 시대가 열린 것은 아닌지 걱정되면서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의 필요성을 생각해 본다.

 

미국의 디스커버리는 사실심리(Trial)가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확보하고 이를 상호 공개하여 쟁점을 명확히 정리하는 제도이다. 미국의 디스커버리 절차는 증명책임이 없는 당사자라도 서로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하는 당사자의 증거공개의무를 핵심으로 하면서, 이를 위반시 강력한 제재수단을 두고 있다. 우리 법원은 2014년과 2015년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소제기 전 증거조사제도’의 신설을 검토하였으나 그 제도를 실행하지는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2018년 2월 ‘공정거래 법 집행 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고 공정거래법에서 이를 도입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였으나 아직 가시적인 조치는 없다. 특허법에서는 법원이 당사자 신청에 의하여 상대방 당사자에게 해당 침해의 증명 또는 침해로 인한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하였으나(특허법 제132조), 법원은 침해의 증명을 위한 자료제출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내 사법제도가 당사자들의 현실적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해 국외 사법제도를 대안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면, 국외로 나가는 것만 탓할 것이 아니라 응당 냉정하게 문제점과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도입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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