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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경영지배를 허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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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주주총회는 이를 반대하는 노조의 실력행사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 측이 급히 장소를 변경하여 가까스로 주총은 열렸으나 노조 측은 그 주총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부분 파업에 돌입하였고, 인수합병을 위한 후속 절차를 실력으로 저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고사 위기에 처한 한국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서, 10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퍼부은 국책은행이 정부의 지원을 얻어 추진하는 구조조정 방안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정리해고가 뒤따를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실력으로 이를 저지하고 있고 정부는 노조의 실력행사를 방관하고 있으니 향후의 인수합병 절차가 과연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심히 의문이다. 이로써 노조는 벌써 핵심 경영사항에 관여하여 사실상 회사의 경영을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구조조정은 고도의 경영상 결단

정리해고 이유 노조서 실력저지

 

일찍이 대법원은 "기업의 구조조정은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를 반대하는 노조의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99도5380 판결 등). 이 판결은 IMF 구제금융 시기에 기업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던 김대중 정부의 정책이 옳다고 생각하여 우리 경제를 살린다는 일념에서 노동계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선언한 것이었고, 이 입장은 그 후에도 구조조정에 관한 사건의 판결에서 계속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이 판례는 그 수명이 다한 것 같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위와 같은 실력행사는 판례를 짓밟아 버렸고 친 노조 정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으니 사실상 이 판례는 폐기되어 버렸다. 이제 조만간 진용이 바뀐 오늘의 대법원에 의하여 판례의 변경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망하면 근로자는 어디로

 

여기서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노조의 경영지배 문제를 곰곰 생각해 보자. 기업의 존립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구조조정 방안의 마련에는 고도의 경영 전략과 판단이 요구된다. 한편 방안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시기의 문제이다.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 하더라도 시기를 놓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구조조정의 문제는 시기를 다투는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문제에 단순한 의견 제시 차원을 넘어 노조의 개입과 지배를 허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일인가. 그래서야 어떻게 기업이 냉혹한 국제경쟁의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기업이 망하면 근로자는 어떻게 되는가.

 

노조가 정리해고를 두려워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리해고의 당부와 그 범위 등의 문제는 따로 다툴 수 있는 방법이 법률상 정해져 있으니 정리해고 문제는 그 쪽으로 넘겨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의 사법부가 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고자 한다면 과연 어느 선택이 우리의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길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후일의 역사가 내릴 평가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혹시 경제가 추락하더라도 다 같이 평등하게 못사는 것이 더 나은 정의라고 한다면 필자는 할 말이 없다.

 

 

이용우 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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