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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살며 살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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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이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월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고 있다. 얼마 전 5월에는 산과 들이 온통 초록색의 푸르름과 생동감으로 넘쳤고, 길가의 나무들 끝에서 새록 새록 나오고 있는 연한 잎들을 보면 싱그러운 생명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길가 모퉁이에서 자라고 있는 이름 모를 초록색 풀들의 모습도 생명의 힘으로 충만하고 아쉬운 것이 없어 보였는데, 벌써 이런 모습도 사라지고 이제는 겁 없이 성장하는 무성한 여름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변화를 의미할 것이다. 우리들의 삶 역시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더불어서 함께 살아가는 한, 끊임없이 기쁨, 행복, 보람, 슬픔 그리고 갈등과 문제들을 겪으면서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상황들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어려움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점점 감내하기 힘들고 벅찬 상황들로 가득차는 것 같고, 희망은 커녕 현실과 장래의 모습들은 암울하게만 느껴지며 “쿼바디스 도미네”를 외치고 싶게 하기도 한다. 한국만큼 바쁜 세상을 살면서 살아가는 재미를 못 느끼는 경우도 흔치 않다는 현실의 모순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돌이켜 보면, 언제나 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속에서 살아온 것 같고 살아가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결국 어쨌든 어떤 모습으로든, 겪으며 살아가야만 할 나와 우리의 사회이고 상황이며 여건일 것이다. 종종 살아가는 일이 암울하게 느껴질 때마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되새겨 보곤 한다. "가까운 가족끼리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 잘못해서 부끄러운 일 많더라도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밝은 태양 속에 바로 설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아침의 사랑으로 먼 길을 가야 할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비가 그친 후 모처럼 좋은 날씨다. 자동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도로이지만 그래도 계절마다 초록색 나뭇잎을 보이며 자라고 있는 가로수 나무들, 길가의 보도블럭 틈바구니를 뚫고서 생명력을 보이고 있는 풀들을 보면서 천천히 걷다보면, 왠지 이들과 이야기라도 하는 것 같고, 살아있다는 것의 기쁨을 가지게 한다. 그동안 짓누르던 암울한 걱정거리들이 특별히 해결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얼마전 '백상예술대상'에서 있었던 배우 김혜자씨의 감동적이었던 수상소감을 다시 한 번 읽어 보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