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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을 살리는 말과 죽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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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은 때리지 않네요"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십여 년 전 두 번째 근무지인 밀양지청에서의 일이다. 승려가 신도에게 아무런 자격 없이 침을 놓아주고 시주(헌금)를 받아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이었다. 그는 오래 전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많이 맞았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수사기관에서 때린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내심 놀랐다. 


하루가 다르게 문화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육체폭력이 중심 화제였다면 요즘은 언어폭력이 중심 화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고, 말이 주는 상처는 육체의 상처보다 오래 남는다고 한다.

사법시험 공부를 하던 때다. 공대생인 나는 불확실한 미래 도전에 대한 불안과 열정이 공존했다. 애초 금강석 같던 자신감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같이 시나브로 엷어졌고, 그것을 붙잡고자 도서관 등하굣길을 지날 때면 ‘할 수 있다’는 말을 속으로 무한 반복하곤 했다.

어느 날 하굣길 대학가에서 우연히 컴퓨터공학과 출신 고교선배를 만났다. 당시 컴퓨터공학과는 이공계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 중 하나였다. 그 선배가 나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서, 사법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 그 선배가 불쑥 “개나 소나 사법시험이네”라고 말했다. 순간 나는 마치 개나 소가 된 듯 말문을 잃었다. 물론 선배는 무의식 중에 한 말이었을 것이고, 그 선배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었는지 기억도 못할 것이다.

그 무렵 다른 기억도 있다. 심리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고교선배가 공부에 지쳐있는 나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주었다. 그때 선배는 “몇 년 후에는 법조인이 된 너를 보겠네. 힘든 과정도 추억이 되겠지. 너는 잘 해낼 거야”라고 했다. 그 말이 그 시절 위로와 격려, 희망과 힘이 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오늘 내 말이 그들에게 희망을 줄까, 실의를 안겨줄까?


최두천 과장 (법무부 인권조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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