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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손해배상소송 과실상계에 규범적 요소 강화해야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30일 개정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전면 시행하였다. 이 기준은 보험사가 보상실무에 적용하고, 법원도 손해배상 실무에서 참고하고 있다.

 

개정 기준에 따르면,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뒷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며 급격히 추월하다 사고가 난 경우 과거에는 피해 차량에 과실을 20% 적용하였으나 이제는 가해 차량에 100% 과실이 인정된다. 또 직선도로 주행 중인 차량을 맞은 편 차량이 중앙선 침범 좌회전으로 충돌한 경우에도 종전 피해차량에 10% 과실이 적용됐으나, 가해차량의 일방과실로 바뀌었다. 이처럼 일방과실로 인정하던 사례를 9개(15.8%)에서 42개(53.1%)로 대폭 확대해 '가해자의 책임성'을 강화했다.

 

이러한 조치는 때가 좀 늦었지만,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정의의 실현과 준법정신을 고양하는 데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피해자가 사실상 피하기 불가능한 사고'인 경우에도 자동차보험사가 쌍방과실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불만이 높았고, 또 차량 운전자도 사고가 나더라도 상대방에게 책임을 일부 전가할 수 있으므로,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함부로 운전하는 경향을 부추기는 면도 있었다. 

 

차량운전자의 악의적인 위법 운전행위에 대하여는 사고 야기자에게 명확히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적법운전을 하는 선량한 운전자를 보호하고, 차량 운전자들의 해이해진 교통법규 준법자세도 제고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법원도 손해배상소송에서 과실상계를 적용할 때 규범적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사회 전반에 오랫동안 만연하여 온 법과 신용, 책임을 무시하는 풍조를 상당부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폭행을 도발한 사람이 상대방의 방어과정에서 더 큰 상해를 입은 경우 법원이 먼저 도발한 부분을 과실상계 요소로 충분히 반영하지 아니하고, 각자의 상해 정도를 위주로 배상액을 정함으로써 오히려 폭행 도발자가 훨씬 많은 배상을 받게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래서 시중에는 '맞는 게 상책'이라거나, '싸움은 말리지도 참견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판기준은 국민의 상식에도 맞지 않다. 사고(손해결과) 발생의 근본 원인은 폭행 도발에 있는 것이고, 따라서 그 결과(손해)의 부담에 관하여도 이에 상응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국민의 상식이다. 미국 등 법률 선진국에서 피해자 측의 정당방위를 상당히 폭넓게 인정하는 것도 비슷한 법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경제적 거래행위나 채권채무 발생관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 이러한 경우 불법을 도발한 자에 대하여 과실상계의 적용 시 규범적 요소를 강화한다면, 먼저 불법을 자행한 자는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 함부로 불법을 자행하는 데 큰 자제요소로 작용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신용, 책임의식과 준법 분위기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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