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취재수첩

[취재수첩] 형사소송절차의 문제점

153684.jpg

"법정에 선 피고인은 가진 자이든 아니든, 강자이든 약자이든 재판을 받고 있는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국민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지난 3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보석 심문 중 재판장이 한 말이다. 피고인이 전직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 기업총수라 해서 잣대가 느슨해서도, 엄격해서도 안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유독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서는 '전직 판사'가 전에 없던 권리를 주장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10만 페이지가 훌쩍 넘는 기록을 두고 "주 3~4회 재판을 받으며 공판 내용을 복기하고 방어전략을 세우기 버겁다"는 피고인측 주장이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의 재판 지연 전략'이라는 것이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재판이 아니라 다른 사건이었어도 방어권이나 인권침해가 아니라 '지연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왔을까? 최근 임종헌 전 차장이 "재판장이 공정하지 않다"며 기피신청을 낸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재판 지연이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법조인들은 "기피 신청은 형사소송법이 보장한 권리"라고 입을 모았다.

 

재판을 받으며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이들은 '전직 판사'나 '법조 선배'가 아니다. 최근 열린 첫번째 공판 기일에 박병대 전 대법관은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에서 만큼은 피고인이라는 본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잣대는 유난히 엄격하다.

 

세기의 재판을 앞두고 법조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형사소송 절차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기대는 빗나가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이전부터 지적해오던 형사절차적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다가 전직 판사 사건이 불거지니 수면위로 다시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피고인이 누구든 형사소송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 그것이 문제이지 잘못을 시정하는 것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은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 주인이 누구냐만 탓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 다수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재판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이 하루빨리 정비되길 바란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