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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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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사법시험 2차 시험을 2개월 정도 앞둔 어느 봄날, 노장 3명은 신림동 원룸 건물의 옥상에서 고시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사람들이 퇴근할 시간이었다. 그들은 퇴근 후 가족들과 둘러앉아 따뜻한 저녁을 먹을 것이다. 그들이 부러웠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누군가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시작한 말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다른 두 사람도 바로 맞장구를 쳤다. 전장에서 여러 번 패배한 노장들은 시험 합격 그 자체가 목표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다.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앞으로의 꿈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고 하셨다. 우리들은 공책에 각자의 꿈을 적었고, 잠시 후 반장이 먼저 본인의 꿈을 발표했다. 그는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성격이 좋고 인기가 많아 반장으로 뽑힌 친구였다. 반장은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그의 꿈을 말했다. “저는 평범한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에 취직하고 평범한 여자와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당시 내가 공책에 어떤 장래희망을 썼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난 특별한 무언가가 되고 싶었고 또한 특별한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학생이었기에 사회에서 인정하는 그 무언가를 꿈으로 적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반장의 꿈은 신선했고 충격적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갈 무렵 이과생이던 나는 몇 개월 간의 고민 끝에 공대가 아닌 법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사람들의 삶과 직접 연결되는 직업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았고, 같은 정도의 노력을 했을 때 보다 대우받는 학문이 법학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름 있는 대학의 법대에 진학하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대체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신경쓰며 살았다. 어릴 때 공부를 열심히했던 것도, 물론 공부 자체가 재미있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렬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요사이는 그러한 욕망에서 좀 벗어났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생각일 뿐 아직도 문득문득 그 욕망이 나를 스쳐지나감을 느낀다.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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