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사설

형사사법절차의 인권친화적 실현을 고민해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재판과정에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도 전에 법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검찰의 공소장에 대해 “30년 법관생활에 이런 공소장을 본 적이 없다”고 하였고, 재판장이 무리한 공판기일 진행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며 편파적인 소송 진행으로 유죄의 예단을 갖고 있다며 기피신청까지 하였다. 유해용 전 수석재판연구관은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기도 하였다. 법리논쟁의 적절성과 당부를 떠나, 이를 계기로 형사사법의 실현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되짚어 볼 필요는 있다고 보인다.

 

형사소송법은 형사절차에서의 헌법적 이념을 충실히 구현함으로써 형사사법절차의 실현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의 규정과 현실의 실현은 별개의 문제이다. 수사과정에서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 압수는 기본 중의 기본이 되어, 2017년에만 경찰이 압수해 증거분석을 한 케이스는 3만 여건을 넘는다. 오늘날 휴대폰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이 온전히 담겨 있는 삶의 다이어리이다. 그러기에 휴대폰을 통째로 압수하는 것은 개인의 삶을 통째로 압수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변호인과 피의자 등 의뢰인 간에 이루어진 대화내용이나 변호인이 의뢰인에게 제공한 메모 등 서면도 아무런 제한 없이 압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압수는 변호인과 의뢰인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게 된다. 

 

전자증거 압수에 있어 수사기관은 압수해 간 증거들에 대하여 관련성이 없거나 수사 또는 재판이 종료된 경우에 이를 폐기한다고 한다. 피압수자는 수사기관의 증거 폐기에 대하여 동의 의사를 표하지만, 수사기관이 실제로 증거를 폐기하는지에 대하여는 알지 못하며, 이를 확인하는 절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수사과정에서의 변호인 참여 역시 변호인이 조사과정에 단순 입회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 이는 오히려 수사기관 작성 조서의 신빙성만 높여 주는 효과를 가질 뿐이다. 변호인 참여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조사과정에서 변호인이 수사기관의 조사방식이나 내용의 부적절성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하고, 조서에도 그 지적이 남겨져야 할 필요가 있다. 쟁점이 복잡하고 많은 증인들이 있는 구속사건에서 구속기간 제한을 이유로 거의 매일 공판을 진행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의 취지와 이념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구속기간의 제한은 재판기간의 제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속기간 내에 재판을 종결할 수 없다면 구속상태를 푸는 것이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형사사법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추구한다. 그러나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 적법절차의 원리는 실현과정에 있어서의 합리성과 타당성, 적정성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동안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편의적 운용에 맡겨져 왔던 형사사법의 절차적 실현 과정을 인권친화적으로 통제하고 구축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