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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워라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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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료마가 간다'로 유명한 시바 료타로의 다른 작품으로 러일전쟁을 배경으로 한 '언덕 위의 구름'이 있다. 두 작품 모두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러일전쟁에서 육상 전투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는 여순 요새 공방전을 들 수 있다. 일본군으로서는 전략적으로 요동반도의 끝에 있는 여순 요새를 반드시 장악할 필요가 있었으나, 콘크리트를 두르고 대포와 기관총까지 갖춘 요새는 쉽게 점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돌격은 매번 대포와 기관총에 막혀 실패했고, 일본군 사망자만 만 명이 넘었다.

'언덕 위의 구름'을 보면, 참다못한 일본군 사령부가 결국 전투 현장에 와서 장교들의 무능을 질책한다. 이에 현장 장교는 "포탄이 없어 애써 점령한 203고지를 빼앗겼다. 사령부는 언제 신청한 포탄만큼 지급한 적이 있느냐. 병사들이 죽어가는 데는 사령부의 책임도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사령부 장교는 "우리가 언제 충분한 포탄을 받아 싸운 적이 있느냐, 모두 같은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해나가는 것이 장교의 임무"라고 다시 질책한다.

결국 러일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끝났고, 대한제국은 그 직후 치욕을 겪어야 했다. 일본의 군국주의는 더욱 뻗어 나갔다. 언덕 위의 구름이라는 높은 이상과 목표 아래에서 개인은 어떤 존재적 의미를 가질까.

최근 들어 법조계에도 워라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엘리트가 노는 건 나라가 퇴보하는 신호라는 격한 반응까지 있는 것 같다.

독일에서 법관의 사무분담은 판사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Prasidium)에서 결정한다. 독일의 한 법원조직법 주석서(KK-StPO/Diemer, 8. Aufl. 2019, GVG § 21e Rn. 3)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운영위원회는 모든 판사에게 업무를 배정해야 하고, 그 법원의 업무 전체를 배정해야 한다. 인력 부족을 이유로 업무를 배정하지 않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력 부족의 결과로 인해 모든 업무를 적절한 기간 내에 끝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입법자와 사법행정이 진다."

독일이 퇴보하려나 보다. 그리고 종종 워커홀릭이란 말을 듣는 나는 독일 스타일은 못 되나 보다.


정성민 판사(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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