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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차별금지의 헌법적 의미를 생각해야

수십 년 전의 한국인들은 차별문제를, 차별을 당하는 쪽에서 겪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인으로부터 차별받았고, 극빈국 시절 백인으로 대표되는 서양 선진국 사람들로부터 차별받았다. 세월이 흘러서, 한국의 산업화 및 경제적·문화적 발전에 따라 상황이 변했다. 여전히 선진외국에서 한국인들이 차별을 겪는 사례가 다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한국인들이 스스로 차별을 드러내고 실현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동남아 결혼이주민들에 대한 차별, 분양아파트 주민들의 단지 내 임대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차별, 장애인 시설 유입에 반대하는 이른바 님비 현상으로 드러나는 장애인 차별, 예멘 난민에 대한 차별 등 스스로 우월적 지위에서 몸소 행하는 차별들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겪은 차별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임금체불, 산업재해시의 의료혜택, 폭언, 폭행, 성폭력, 여권압류, 외출통제 등 갖가지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법조인들이 차별금지 즉 평등의 헌법적 의미를 배운 것은 주로 미국 사례들이다. 미국의 민권운동 과정에서 흑인들이 받은 차별, 그리고 그 차별을 이겨내기 위한 여러 운동과 연방대법원 판결이 한국의 법률가들이 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것이 책 속에서의 지식이 아닌, 사회 내의 실천이념으로서 충분히 한국에서 논의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원래 다르게 취급한다고 해서 모두 차별은 아니다. 사회질서라는 것은,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데에 종종 의존한다. 핵심 문제는 어떤 경우가 차별이고, 또 어떤 경우가 차별 아닌, 정당한 필요에 따른 구별인가 하는 점인데, 위에서 예로 든 사례들은 대부분 차별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이다.

 

드디어 최근 나이 차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어린이에 대한 식당 출입금지 문제가 언론에서 논의된 적은 있지만, 이는 식당 내의 어린이들의 소란행위 및 부모의 훈육책임과 주로 연결되어 논의되었고, 나이 차별이라는 점에서의 지적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서울 신림동에서는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이 등장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49세 이상은 출입을 거절한다"는 안내문이 식당에 부착된 것이다. 그 식당 업주가 50대 이후의 이른바 꼰대로부터 영업상 곤란을 겪었을 수도 있고, 또한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상 출입금지조치가 업주의 자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식당운영상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노인인구가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으므로, 식당이 아니라 곳곳에서 노인의 출입을 거부하는 현상이 향후 발생할 수 있다. 고령자가 타인에게 실제로 가해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 고령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출입거부가 행해지는 경우에, 어느 범위까지 이를 사회가 용인해야 하는가? 나이차별이 등장한 상황에서, 한국 사회는 헌법상 평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되새기고 새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왜 모두가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목적으로서만 대우받아야 하는지, 외견상 저급해 보이는 사람에게 왜 헌법은 평등한 인권을 보장하는지 등의 헌법적 이슈들을 한국인들이, 특히 법률가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