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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Impact Litig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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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패소한 소송의 항소심을 맡아 달라고 찾아왔다. 원고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피고는 대한민국과 서울시. 고속버스에 저상버스가 전혀 없는 것을 문제삼아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이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모든 교통수단을 통한 '이동권'이 법규화된 지 10년가량 지난 때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이동 및 교통수단에서 장애인을 제한·배제·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1심은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를 저상 시외버스가 위험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서울시에 대한 청구를 고속버스 관할청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나는 항소하는 대신 판을 새로 짜자고 이야기했다. 원고를 장애인뿐 아니라 계단을 오르기 어려운 노인, 유모차를 끌어야 하는 엄마로 확대했다. 이동권 문제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통약자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환기하고자 했다. 피고는 교통행정기관인 국가와 서울시, 경기도, 교통사업자인 고속버스회사, 광역버스회사로 선정했다. 청구의 내용도 고속버스 외에 시외버스, 광역버스를 추가했고, 저상버스뿐 아니라 휠체어 승강설비를 갖춘 버스의 부재도 문제삼았다. 해외 사례와 입법례를 조사했고, 관련 법률도 세밀하게 분석하여 청구취지와 원인을 정리했다. 이렇게 이른바 '시외이동권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과 동시에 장애인 운동이 병행되었다. 장애인들은 터미널에 나가 "장애인도 버스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며 시위를 벌였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한국 심의를 할 때 이 문제를 제기하여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에 이 사안이 포함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문제를 제기하여 시정권고가 내려졌다. 이 소송은 1, 2심에서 교통사업자에 대한 일부청구가 인용되었고, 교통행정기관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어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소송을 'Impact Litigation'이라고 한다. 사회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제기되는 소송을 말한다. 임팩트 소송은 특정 피해자의 개별적 피해구제보다는 피해자 그룹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송이다. 이러한 목적에 적합하도록 원고와 피고, 소송형태와 청구취지는 전략적으로 선택된다.

나는 그동안 다양한 임팩트 소송을 제기하였다. '탈시설 소송'은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제기되었다. 이 소송은 두 곳에서 제기되었는데 서울에서는 승소했고, 청주에서는 패소했다. '모두의 영화관 소송'은 청각 또는 시각장애인들이 영화관람을 할 수 있도록 극장 사업자에게 자막 및 화면해설을 청구하는 소송이다(1심에서 승소한 뒤 현재 항소심 진행 중). 최근에는 '1층이 있는 삶 소송'이라고 이름붙인 소송에도 관여했다. 편의점, 카페, 약국 등 1층에 있는 가게 대부분에 턱이나 계단이 있어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제기한 소송이다.

소송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법이 사회 변화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입법의 부재 때문에, 사법소극주의 때문에 임팩트 소송은 좌절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법이 사회적 약자의 편임을,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임팩트 소송은 계속 제기될 것이다.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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