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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나의 여행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다녀온 안세익 변호사

'자연과 사람에 대한 사랑'… 가우디 건축에 경외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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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엘공원의 또다른 명소인 파도 벤치. 여러가지 색깔의 타일을 일부러 깨뜨린 후 다시 하나하나 붙이는 '트랜카디스 기법'을 사용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어디로 갈까. 그 행복한 고민의 끝에 스페인을 선택했다. 휴양보다는 관광, 관광 중에서도 유럽 배낭여행의 낭만을 느껴보기로 했다. 결혼식 전에 모임을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는 것이었고, 스페인으로 간다고 대답하면, 휴양지가 아니라서 체력적으로 힘들고 싸울 일도 더 많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다. 당시에는 그저 여행을 가면 신나서 힘이 남아돌 것 같았는데, 실제로 종일 걸으며 관광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힘든 기억은 추억이 되었고, 즐거웠던 기억은 더욱 커져 그립기만 하다.


광장에 자리잡은 ‘파도 벤치’도

인체공학적 설계


3월 30일 오후 결혼식을 마치고 인천공항 근처 호텔에서 휴식을 취해 가뿐한 몸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도착한 다음 날 오전부터 '안톤 가우디의 건축기행과 시내관광' 워킹 가이드 투어를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를 다녀온 지인들로부터 가우디 투어가 좋았고, 꼭 가이드 투어를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한껏 부푼 기대감을 안고 투어에 나섰다. 이하에서는 가우디 투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엘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대해서 기억을 더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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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가우디가 1883년부터 공사를 맡아 1926년 사망할 때까지 40년간 열정을 쏟아부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모습(왼쪽). '성(聖) 가족'이라는 이름답게 예수의 탄생과 부활의 과정을 나타내는 조각으로 외벽이 장식돼 있다. 기괴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성당 내부는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성당 안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한 필자(오른쪽)

 

가우디 투어의 첫 번째 장소는 구엘공원이었다. 구엘공원은 바르셀로나 교외의 언덕에 위치한 공원이다. 구엘공원은 당초에는 지중해가 보이는 바르셀로나 시내의 외곽 언덕에 고급 주택 단지를 건설해 귀족들에게 분양할 계획으로 시작되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사업이 실패하여 현재는 공원으로 관광지가 되었다. 구엘 개인에게는 뼈아픈 실패였을지 몰라도 스페인 후손들에게는 귀중한 보물을 선물로 받은 것과 같은 일이 되었다. 구엘공원은 구엘이라는 가우디의 조력자가 가우디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였고 건물뿐만 아니라 산책로, 광장, 시장과 같은 다양한 건축물에 깃든 가우디의 정신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곳곳에 숨어 있었다. 특히 "곡선은 신의 선이고, 직선의 인간의 선이다"라는 가우디의 철학에 따라, 마치 파도 한가운데를 걷는 듯한 아름다운 곡선의 모양을 하고 있는 산책로는 웅장하면서도 자연스러움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마치 숲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파밀리아 성당

예수 탄생과 죽음, 부활까지 외벽 조각으로 설명

 

구엘공원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바로 광장에 위치한 벤치이다. 벤치는 광장 외곽을 쭈욱 둘러싸며 마치 파도와 같은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파도벤치로도 불리고 있다. 파도벤치는 의자로서의 편안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 당시 80여 명의 인부들을 앉혀서 가장 편한 자세가 되도록 척추의 곡선을 따라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부분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았나 보다. 아마도 최초의 인체공학적 의자가 아닐까 싶다. 또한 벤치 장식은 여러 가지 색깔의 타일을 일부러 깨뜨린 후 다시 하나하나 붙이는 '트랜카디스 기법'을 사용했다. 파란 색깔의 타일이 트랜카디스 기법으로 붙여져 있는 모습은 정말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것이 자연을 중시한 가우디가 의도한 모습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당초 의도대로 주택 단지가 완성되었다면, 거주자들은 매일매일 아기자기하고 신기한 요정의 마을에 와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들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 구엘공원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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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의 신의 선이고, 직선은 인간의 선이다'라는 가우디의 철학에 따라 마치 파도 한 가운데를 걷는 듯한 아름다운 곡선의 모양을 하고 있는 산책로. 웅장하면서도 자연스러움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가우디 투어의 마지막은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당이었다.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포스였다. 항공사의 TV광고를 통해서 익숙해져 버렸지만 실물을 보면 그 규모와 특이함 때문에 직접 볼만하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이런 건축물은 전세계에 여기 하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고 사연을 들으면 더욱 흥미로운 성당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예수의 탄생부터 죽음, 부활에 이르기까지 외벽의 조각을 통해 그 이야기를 알 수 있도록 했다. 가우디의 자연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건축가의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는 외벽을 보는 것도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성당 내부는 마치 숲속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 가우디 투어의 경우 내부를 제외한 외관만을 보는 투어도 상당히 많은데 내부를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유럽 성당이 주는 압도감과 달리 숲속에 있는 듯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가장 독창적인 특징인 것 같다. 파밀리아 성당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스페인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면서도 나를 포함한 사람들 하나하나가 신이 사랑하는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다. 


파도 한 가운데를 걷는 듯한

구엘공원의 산책로


음식 이야기를 하며 여행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스페인은 타파스 문화가 발달해 있어서 거리 곳곳에서 타파스를 먹기에 어려움이 없다. 다만 소위 ‘맛집’(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블로그 등을 통해 맛집 정보를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다)과 맛집이 아닌 곳의 맛 차이가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시간과 발품을 팔아서라도 맛집에서 식사를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파밀리아 성당이 완공된다면 다시 한번 바르셀로나를 찾고 싶다.


안세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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