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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차기 검찰총장의 조건

문무일 검찰총장의 후임을 임명하기 위한 검찰총장 추천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비교법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초중앙집권적인 검찰제도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검찰총장을 누구로 하느냐는 언제나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관련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다. 문 총장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검찰 내부의 동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차기 검찰총장이 이 법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중차대한 시기에 바람직한 검찰총장의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공정한 결정을 해야 하고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려는 결연한 의지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검사는 단순히 정치권력이나 특정집단을 대위하는 자가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검사들이 제대로 결정하도록 지휘·감독해야 할 검찰총장이 스스로 정권의 입맛에 맞추는 행태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검찰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이유 중 하나가 검찰총장들이 자신의 입신영달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이 정권의 검찰에서 국민을 위한 권력으로 변모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검찰은 지금의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 검찰의 정체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할 식견이 있어야 한다. 길게 보면 대한민국의 격동의 근현대사에 걸맞게, 검찰에 관한 법제 역시 정치적 격변기마다 예외 없이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이끈 것은 역시 1987년 민주화였으며 그 이후 한국 사법의 화두는 ‘개혁’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검찰의 정체성을 두고 혼돈을 거듭하고 있으며 긴 터널에서 빠져나갈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혼돈은 정치 권력간의 무분별한 투쟁, 학계의 무능 때문도 있지만 검찰 스스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거기에 맞는 제도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 검찰총장 후보자들은 패스트트랙 법안 뿐 아니라 검찰 개혁을 위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검찰 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 학문적 식견이 없는 사람은 검찰총장이 되겠다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추천위원회는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임명된 후에는 자리 보전에 급급할 사람을 추천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검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인사를 하려는 의지와 객관성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검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사이동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인사·감독권자의 뜻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였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검사 인사의 요체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검사들은 인사권자의 눈치만 보고 편향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학연, 지연, 근무연 등으로 가까운 자기 사람들만 중용하고 공정한 인사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사람 역시 검찰총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뚜렷한 역사관, 통찰력,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좌표를 이해하고 역사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표면적인 사건 파악이 아닌 그 근저를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단순한 법지식만으로는 적정한 법집행을 할 수 없고 안팎의 힘에 의해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압력이나 부당한 여론에 끌려 다니지는 않을 수 있는 배짱도 있어야 하지만 민초들의 어려운 삶을 이해하고 다독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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