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지금은 청년시대

그들의 오늘을 위하여

153399.jpg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산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요한 그들의 생활을 보다보면 변호사 업무가 주는 압박감을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MC가 자연인들과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대화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데, 가끔 묘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인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매우 생생하고 또렷하게 느껴질 때이다. 왜 그럴까? 왜 나는 노인이 누군가를 뜨겁게 그리워하거나, 분노하거나, 뛸 듯이 기뻐하거나, 설레거나, 슬퍼할 때 왜인지 모를 어색함을 느꼈던 것일까. 아마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몸과 함께 감정도 늙어갔으리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 정도로 나는 늙음에 대해 무지하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느끼고 있었다. 나는 마치 절대 늙지 않을 것처럼.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노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잘 모를 뿐만 아니라, 효의 대상, 상속의 대상, 범죄의 대상, 복지의 대상 등으로 각자의 입장에 따라 그들을 대상화하였다. 요 몇 년간 광장에 태극기를 들고 모이는 노인들을 보며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법도 마찬가지다. ‘노인복지법’으로 대표되는 노인 관련 법령들은 그들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있으며, 그마저도 매우 부족하다. 노인법률지원이나 노인 전문 변호사, 노인 전문 법학자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노인 5명중 1명이 우울증 겪어

가정의 책임으로 방치한 결과

 

통계청이 3월 22일 발표한 '2018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38만명으로 전체인구 5163만 5000명의 14.3%를 차지한다. 인구의 14% 이상이 65세 이상인 고령사회에 해당한다. 통계청은 2025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050만 8000명으로 전체 인구 5261만명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약하면,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고령사회이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률은 OECD 국가들 평균의 4배가 되었고, 노인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의 3배가 되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노인들은 5명 중 1명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노인들을 ‘있어도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각 가정의 책임으로 노인들을 방치한 결과다. 


어떤 지원 필요한지 고민해야

 

우리는 지금이라도 그들의 삶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 원하는 것은 없는지 진지하게 말을 걸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법률전문가로서 그들의 기본권과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어떠한 법과 지원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그들의 남은 삶을 관리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삶은 덤이 될 수 없으며, 여전히 하루의 삶은 눈부신 축복이기에, 그들의 오늘이 스스로 행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 위해서이다.

 

 

신하나 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