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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이게 언제적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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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언제적 일인데 아직 안 보셨다뇨. 너무한 거 아니에요?” 공공기관에서 폭언을 하고 소란을 피워 업무방해로 기소된 분이다. “형사재판을 시작합니다.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으시고…” 하는데 바로 호통이시다. 상대방이 괜찮다고 했는데 왜 재판은 시작하며, 판사는 그걸 왜 아직 모르냐는 취지시다. "음… 일단 법원으로는 뭐 들어온 게 없어서 못 봤고요, 증거기록에 있는 걸 판사가 보려면 일단 증거조사 단계까지는 진행해야 하는데요." 그러나 이럴 때 공소장 일본주의가 다 무슨 소용 있으랴. 실무관에게도 벌써 전화하여 내가 왜 법원에 가야 하느냐 호통을 치셨다는데, 일단 뵙고 판단해야겠다 싶어 기일을 열었더니 이렇다. 


“나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에요. 나쁘게 하면 안돼요. 힘들게 하지 마세요!” 그래도 설명을 드리고 인정신문을 하려는데, 큰 소리로 당신 하고픈 말만 반복하신다. 가만히 보니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 얼른 국선변호인 선정해 드리겠다 고지하자, 마침 법정에 앉아 계시던 국선전담 변호사님들 얼굴이 일시에 핼쑥해진다. 또 와야 하냐는 분을 한참 달래서 다음 기일 정하고 나니 등 언저리가 촉촉하다.

꼭 조현병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해망상, 편집증, 충동조절장애 등 여러 이유로 자신을 온당하게 제어하지 못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도 더 많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사리분별력을 갖춘 시민을 전제로 하는 우리의 재판절차는, 마치 잘 맞지 않는 옷처럼 그분들과 겉돈다. 그래도 변호인이 계시면 덕분에 진행의 많은 부분이 해결 가능하지만, 형벌은 그렇지 않다. 보통의 양형기준에 따른 벌금과 징역은 그분들에게도, 그분들에게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도 모두 불만만 남기기 일쑤다. 경미한 범죄에는 치료명령 제도가 있어 선고유예나 집행유예와 함께 통원치료라도 명할 수 있어 다행인데, 그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사법입원 제도 등은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든다. 모두를 위해서, 그에 대한 더 폭넓은 검토와 적극적인 도입 노력이 있기를 희망한다.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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