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광장

법률복지의 최일선에서

153069.jpg

'월: 밀양, 화: 김해, 수: 거창, 목: 김해, 금: 거제'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김해시사회복지협의회)에 배치된 법률홈닥터인 필자의 출장 스케줄이다. 필자의 주요한 업무는 지역의 거점이 되는 사회복지기관을 방문하여 법률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에게 법률상담을 하는 것이다. 차별없는 법률복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배치된 지역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곳곳을 다니고 있다. 이로 인해 필자의 차량은 신차로 구매한 지 2년도 되지 않았으나 주행거리가 이미 5만Km를 초과하였다.

 

법률홈닥터란 법무부 소속 변호사들이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기관 등에 배치되어 저소득층, 기초생활수급자, 범죄피해자, 다문화가족 등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1차적인 무료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법률주치의'이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법률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돕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취약계층 대상 무료법률상담 7년

 

그런데 법률홈닥터의 역할은 단순히 법률구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사회복지망을 바탕으로 사회서비스를 연계하고, 사례관리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즉, 법률홈닥터는 지역 사회와 밀접한 소통을 통하여 공백 없는 국민의 권리구제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률복지의 최일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사회복지 영역에서 지역사회 보호체계, 즉 '커뮤니티 케어'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사회에서 법률과 복지를 결합하여 서민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법률홈닥터의 중요성도 커져가고 있다. 오늘도 전국 65명의 법률홈닥터 변호사들은 법률복지의 새 장을 연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간단한 법적 조언에도 근심 덜어

 

필자는 법률홈닥터 제도가 정식으로 출범한 2012년 5월에 부임하여 2013년까지는 창원을, 2014년부터는 김해를 거점 지역으로 하여, 경상남도를 담당하면서 특히 법률전문가가 부족한 도내 농어촌 지역에 초점을 맞추어 법률복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7년간 법률홈닥터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말은 "좋은 일 하십니다"이다. 필자의 역할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기는 하나, 고비용 구조로 인하여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높다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칭찬을 들으면 오히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자주 듣는 말은 “좋은 일 하십니다”

 

어제 필자가 배치되어 있는 복지관에 소위 '단골손님'이 찾아오셨다. 독거노인 S씨로 수십년 전에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떠안게 되었다. 그는 정부지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본인 명의로 된 재산은 전혀 없고 수급비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S씨의 채권자들이 수급비 계좌를 압류하면서 생활비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복지관을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하였고, 법률홈닥터의 도움을 받아 생명줄과 같은 기초생활수급비의 압류를 취소하고 압류방지통장을 개설하여 유일한 생계수단인 수급비를 지킬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에도 채권자들이 독촉장을 보낼 때마다 그는 필자를 찾아오는데 어제도 한 손에는 독촉장을 들고 복지관을 방문하였다.

 

"내 이거 때문에 걱정이 돼서 밤에 잠 한숨도 몬잤는데, 여 와서 변호사 선생님 이야기 들으니 이제 좀 안심이 된데이. 내가 영감이 있나 자슥이 있나. 여는 법원도 없고, 그렇다고 변호사 사무실 찾아갈 돈도 없다. 그래서 이런게 날라오믄 물어볼 데가 변호사 선생님 밖에 없다. 그런데 변호사 선생님 바쁠 텐데 내 자꾸 여 와서 물어보고 귀찮게 해서 미안해서 우짜노.”

 

이에 필자는 “어르신 같은 분 도와드리라고 나라에서 저를 복지관에 보낸 거 아입니까? 전혀 미안해하지 마시고 또 뭐 날라오면 복지관 선생님들한테 얘기하이소, 와서 식사도 하고 노인대학 수업도 듣고 여 와서 커피 한잔 드시면서 저랑 얘기 해보입시다.”


오늘도 도움 필요한 사람 곁으로

 

“아이고 고맙십니더. 내 또 빚쟁이들이 무서운거 보내면 들고 또 복지관 오꼬마.” 아마도 S씨는 조만간 또 필자를 찾아올 것이다.

 

Let no one ever come to you without leaving better and happier(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과 헤어질 때는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라). 평생을 나눔, 헌신 봉사로 살아오신 테레사 수녀는 이런 말을 남기셨다. 필자는 법률복지 업무를 하면서 누군가를 더 나아지게 하고 더 행복하게 하리라 다짐을 한다. 간단한 법적 조언이지만 취약계층의 마음의 짐을 덜어드리고 법의 영역에서 커뮤니티 케어 구축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좋은 일'들이 모이면 경제적인 이유로 또는 지역적인 한계로 자신의 권익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없는 진정한 법률복지 사회의 구현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꿈을 안고 오늘도 필자는 법률복지의 최일선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간다.

 

 

김은성 변호사 (법무부 법률홈닥터)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