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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 관련 법률구조법 개정안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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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구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입법예고되었다. 주요한 특징은 ①법률구조공단이 피의자국선변호인 제도를 운영 ②피의자국선변호관리위원회 위원의 1/3을 대법원장이, 1/3을 법무부장관이, 1/3을 대한변협회장이 임명 ③사법부의 논스톱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 대한변협의 형사변호사당직제도와의 통일성을 무시 ④중범죄자로 대상 한정(법익요건 존재) ⑤구조대상의 자력을 고려하지 않음(자력요건 부존재) ⑥소송구조 방식 아닌 국선변호인 선정 방식 채택 등이다. 법률구조법 개정안의 문제점 4가지를 순서대로 살펴보았다.

 

첫째, 개정안은 변호사제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변호사제도는 국가기관을 적대하는 집단이 민간에 있어야 국가기관과 민간간의 능력과 권위의 균형이 맞는다는 근대국가의 의도에 따라 설계된 것이다. 국가기관의 부적정한 행위를 언제나 국가기관에 속한 전문가가 수정하도록 한다면 모든 권한·권위·지식이 국가기관에 집중될 수 있다. 중세국가는 국가기관을 법에 따라 견제할 권위와 지식을 가진 민간 세력이 없었다. 변호사제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가지는 법률적 대항력의 기준이 된다. 독재국가나 전근대국가의 변호사에게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없다. 변호사제도가 형해화된 사회의 국민은 형식적 법치를 앞세운 국가의 강제력에 저항할 수 없는 하수인·부속품이 된다. 이 부분이 ‘독립하여 자유롭게 직무를 수행하는 공공성을 가진 법률전문직’이라는 변호사법 규정이나 ‘변호사는 상인이 아니다’라는 판례에 녹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형사피의자국선제도를 법률구조공단이 운영하도록 하고, 피의자국선변호관리위원회 위원을 대법원장과 법무부장관이 추천하게 하는 개정안은 ‘독립하여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의 업무가 사법부와 행정부에 종속되게 하는 형태이다. 국선전담변호인 제도의 경우 인사·평가가 법원에 종속되는 문제가 뚜렷이 발생하고 있다. 판사의 요구에 국선변호인이 불응하자, 판사가 해당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국선전담변호사로 재위촉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국선전담변호인의 40% 이상이 재판연구원 출신이고, 판사 임용을 기대하는 변호사들인 경우가 많다.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미국과 일본의 형사공공변호제도도 변호사제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형사피의자국선제도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있다.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이 형사국선변호인제도를 운영하고, 이를 입법부가 견제하게 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개정안은 사법부의 국선변호인 제도와 대한변협의 형사당직변호사제도와의 통일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사법부는 이미 피의자 구속적부심 국선변호인 제도 및 논스톱 국선변호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구조공단이 별도의 체포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를 운영하기 보다는, 사법부가 체포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를 운영하고 이를 기존의 논스톱 국선변호인 제도와 통합하여 체포-구속적부심-피고인 단계까지 국선변호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보다 기존의 체계에 정합한 방식이다. 

 

또한 대한변협은 형사당직변호사제도를 운영하여 체포·구속 피의자 등을 조력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이 운영하는 별도의 제도를 만드는 대신 형사당직변호사제도의 운영을 확대하면 변호사 제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개정안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

 

셋째, 개정안은 사회보장법상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제도의 체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국가는 스스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경우에는 조세를 사용해 무상으로 공급한다. 형사피의자국선은 민간서비스인 변호사의 법률사무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형태이다. 피의자의 자력요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사회보험 방식, 자력요건을 고려한다면 공공부조 방식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사회보험으로서의 법률보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형사피의자국선은 헌법에 정해진 제도도 아니며 성질상 행정부의 영향을 받는 국가공무원이 제공할 서비스도 아니다. 그렇다면 형사피의자 국선변호인은 무자력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부조의 유형으로 하여야 체계상 정합성이 있다. 

 

반면 개정안은 형사피의자의 자력과 관계 없이 중범죄자라는 법익요건만 충족하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문제가 있다.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OECD 국가중 형사피의자 국선제도를 운영하는 29개국 중 23개국이 자력요건을 두고 있어 빈곤층만 공공부조의 형태로 구조한다.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무자력자는 공공부조 방식을, 자력에 관계 없이 보편적으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률 사회보험제도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사회보장법 체계상 합당해 보인다.

 

넷째, 개정안은 소송구조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국선변호인 선정방식을 채택했다. 국선변호인 선정방식은 운영주체가 일방적으로 변호사를 피의자에게 배당한다. 이는 피의자에게 변호사 선택권을 박탈한다. 변호사는 스스로 사건에 대해 이해하고 보수를 협상하여 사건을 선택한 것이 아니므로 사건 진행에 소극적이 되고, 형식적, 절차성 정당성을 장식하는 역할에 불과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소송구조 방식은 피의자에게 적합한 변호사를 선택할 기회를 주고, 변호사 역시 스스로 사건 수임을 승낙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사건에 임할 동기가 있다. 또한 ‘변호사에게 사건을 배당하는’식의 국선변호인 제도는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이 사선변호인보다 객관적으로 변호를 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만들어, 국선변호인 제도가 사선변호인의 가치를 위협하는 현상을 발생시킨다.


이렇듯 법률구조법 개정안은 체계적으로 부정합하거나 비교법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요소들을 개선하지 않은 등의 문제가 상당하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형사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의 필요성을 부정하며 이를 민간 자율의 법률보험에 의한 해결에 맡겨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형사피의자국선변호인 제도 대신 법률사회보험의 도입을 검토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

 


김기원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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