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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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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법과대학에서 2년 동안 강의를 했다. 겸임교수로 법학개론, 가족법, 민사소송법 등을 가르쳤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동시에 가르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강의 준비가 잘 되지 않았던 날은 강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사건들 이야기를 해 주면서 시간을 때운 적도 있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정답시비가 없게끔 조문이나 판례위주로 출제했다. 학생보다 교수의 편의를 먼저 생각했음을 고백한다. 배움에 목말라 있는 초롱초롱한 수많은 눈들을 생각하면 “나는 부끄럼 없이 강의했노라”고 말할 정도로 뻔뻔하지는 못하겠다. 실력도 인품도 부족한 사람이 겸임교수라는 이름을 달고 살았다. 그때 내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에게 “잘못 가르쳐서 죄송합니다”라고 진심으로 참회한다. 


모교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전체 합격률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은 교육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로스쿨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기관이므로 그 책임은 교수진에게 있다. 많은 동문들이 이러한 상황을 한탄하고 걱정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어서 냉가슴만 앓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만 차마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이것은 비단 필자의 모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교수는 특별한 징계사유가 없는 이상 그 자질이 부족하더라도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된다. 신분보장이라는 성채(城砦)에 안주하며 부끄러움을 잊은 교수들이 많다. 교수의 직은 단순한 직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로스쿨 교수직은 더더욱 그렇다. 수많은 학생들이 인생을 걸고 3년을 투자한다. 잘 다니던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온 학생들도 많고, 부양가족이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변호사시험을 다섯 번 떨어지면 마치 죄인인양 연락을 끊고 숨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책임져야 할 교수들은 당당하기만 하다.

로스쿨에서는 ‘자격시험화’를 말하고 있으나,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격시험화’를 주장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자격시험화’ 이전에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내가 잘못 가르쳐서 미안하다”는 절절한 참회와 책임지는 자세일 것이다.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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