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나의 여행기

[나의 여행기] 워싱턴 DC의 추억

미국 역사가 고동치는 현장… 위싱턴 DC의 밤은 화려했다

‘이번 봄방학에는 어디를 가볼까….’ 내가 LL.M. 과정을 이수 중인 시카고 대학교(The University of Chicago Law School)는 다른 학교와 달리 3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재학생들에게는 가을학기와 겨울학기가 끝날 때마다 2~3주간의 짧은 방학이 주어진다. 해외에서 온 LL.M. 학생들은 대부분 이 기간 동안 미국 국내나 남미를 여행하는데,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봄방학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재직 중인 사무실로부터 연락이 왔다. 2019. 3. 26.~29. 워싱턴 DC에서 개최되는 국제경쟁법회의(ABA Antitrust Law Spring Meeting)에 참석해보지 않겠냐고.

 

152764_1.jpg
백악관 앞에서 왼쪽부터 최휘진 변호사(변시 1회), 신상훈 외국변호사(뉴욕주, 행시 40회), 필자인 권도형 변호사(변시 2회, 행시 51회)

 

국제경쟁법회의는 미국변호사협회 주관 하에 매년 봄 워싱턴 DC에서 개최되는 행사로 전세계 경쟁당국 담당자, 학자, 변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신의 경쟁법 이론, 이슈, 집행동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올해도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하였을 정도로 경쟁법 관련 업무 종사자라면 누구나 경험해보기를 원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나 역시 사무실로부터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참석하기로 했는데, 실제로 위 회의에서 다양한 경쟁법 이슈를 접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의 경쟁법 업무 종사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내가 워싱턴 DC로 향했던 주 목적은 회의 참석이었으나, 다행스럽게도(?) 짧게나마 워싱턴 DC를 둘러볼 수도 있었다.


변호사협회 주관 

국제경쟁법회의 참가 보너스


워싱턴 DC는 봄철 벚꽃이 유명한데, 내가 도착했을 때는 안타깝게도 아직 벚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전이었다. 하지만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로 계획적으로 조성된 도시답게 벚꽃이 없어도 그 자체만으로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예뻤다. 회의 둘째 날까지는 세미나 참석과 여러 모임 일정으로 관광을 하지 못했으나, 셋째 날 드디어 워싱턴 DC의 주요 볼거리를 경험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날 점심 약속 장소가 백악관 근처의 식당이었던 덕분에 우리 일행은 점심 이후 근처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었다. 워싱턴 DC는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4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주요 볼거리들이 대부분 북서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도보로 관광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152764_3.jpg
워싱턴 기념탑이 해를 가리는 모습. 이 광경은 워싱턴 기념탑 가까이 가야지만 볼 수 있다

 미국의 수도에 왔으니 백악관은 꼭 봐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는 먼저 백악관으로 향했다. 미국 헌법을 배우게 되면 덤으로 미국 역사에도 친숙해지게 되는데, Marbury v. Madison (1803)부터 National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 v. Sebelius (2012)에 이르기까지 건국 이후 연방대법원과 연방정부 사이의 끊임없는 견제와 균형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미국 역사의 주요 맥락을 이해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미국 헌법을 공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백악관을 직접 마주하였을 때 미국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현장에 직접 방문하였다는 생각에 나는 좀처럼 흥분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물론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였으리라.

 

맨 먼저 찾아간 백악관을 마주하니

온갖 생각이

 

다음으로 우리는 워싱턴 기념탑으로 향했다. 워싱턴 기념탑은 1885년 완공되었고,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탑으로 약 169m에 달하며, 워싱턴 DC 시내 어디에서도 보이는 구조물이라고 한다. 우리는 시간이 되면 전망대에 올라가볼 수 있을까 하여 기념탑까지 가보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쉽게도 엘리베이터 수리 등으로 인해 기념탑 내부는 임시폐쇄가 되어 있었다. 다만 가까이 간 덕분에 기념탑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1885년에 완공된 건축물이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튼튼하게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기념탑 밑에서 하늘을 바라볼 때 기념탑이 해를 가리는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거대한 워싱턴 기념탑, 

해를 가리는 모습도 이색적


마지막으로 우리는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인 반사 연못(Reflecting Pool)을 찾아갔다. 반사 연못은 링컨 기념관 앞에 위치해 있는 연못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서 포레스트가 그의 첫사랑 제니와 재회하는 명장면이 촬영된 장소이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명연설을 한 유서 깊은 장소이다. 안타깝게도 오후 일정상 링컨 기념관 내부까지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반사 연못을 가까이에서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한 만족감을 느꼈다.

워싱턴 DC에서의 일정은 야경 감상으로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날 저녁 우리는, 우리와 미팅을 가졌던 한 팀의 초대로 그 분들의 사무실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곳 옥상에서 워싱턴 DC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백악관과 워싱턴 기념탑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었던 야경은 나로 하여금 워싱턴 DC에서의 마지막 밤을 잊을 수 없게 만들어주었다.

 

152764_2.jpg
백악관과 워싱턴 기념탑이 보이는 워싱턴 DC의 야경

 

한편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은 절대 빠질 수 없는 법. 우리는 현지 미국변호사들의 추천으로 식사 때마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레스토랑들을 방문할 수 있었다. 모모후쿠(momofuku CCDC), 올드 에빗 그릴(Old Ebbit Grill), 따베르나 델 알라바르데로(Taberna del Alabardero)가 그 주인공들이다. 모모후쿠는 아시안-아메리칸 요리 전문점인데, 이 곳에서는 다른 레스토랑에서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똠양꿍 맛의 만두국(Aged Beef Dumpling Soup)을 추천한다. 올드 에빗 그릴은 1856년에 개업한 레스토랑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도 즐겨 찾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 곳에서 나는 함께 식사를 하였던 현지 미국변호사의 추천으로 크랩 케이크(Jumbo Lump Crab Cake)를 먹었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따베르나 델 알라바르데로는 스페인 요리 전문점으로 이 곳의 요리는 내 입맛에 잘 맞았고, 너무 짜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여러 요리를 주문해서 나누어 먹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올리브 앤초비(Anchovies In Vinegar With Olives)와 해산물 빠에야(Paella with Seafood)가 가장 맛있었다.

 

반사의 연못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 명연설 회상


짧지만 강렬했던 워싱턴 DC에서의 날들이 벌써 3주나 지났다. 아무래도 회의 참석이 주가 되었던 까닭에 원했던 만큼 워싱턴 DC를 깊이 경험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하지 못했던 점이 못내 아쉽다. 기회가 된다면 가족과 함께 다시 워싱턴 DC를 방문해보고 싶다. 그때는 조금 더 여유로운, 그리고 내 딸이 좋아하는 박물관 관람 위주의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권도형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관련 법조인

리걸에듀